지난 주 어느 날, 삼월에 눈이 내린다고 여기저기 들썩거렸다. 삼월의 눈이라는 것이 일상이던 지난 계절이 아직도 선명해서인지 이런 떠들썩함이 어색하다. 삼월에는 원래 눈이 내리는 시기란 말이지
그렇다면 핀란드의 삼월은 여전히 겨울인 것일까?
여전히 영하권의 추운 날씨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눈이 내리지만 핀란드사람들의 마음에서 삼월은 겨울보다는 봄에 가깝다.
점심먹은 것을 치우고 나면 어느새 어두워져 버린 새까만 핀란드의 겨울에 비하면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신 삼월은 봄이 아니겠는가
햇살은 반짝이고 바람이 일렁이면 주부들의 마음 역시 일렁인다. 이 집 저 집, 묵은 빨래가 햇살아래 유난히도 늘어지는 시기, 빨래하기 좋은 시절이다.
전면을 차지한 거실 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던 너른 들판과 바다는 없지만, 그 한 켠, 마음껏 빨래를 내다 걸도록 내게 허락된 공간은 없지만 삼월의 눈발을 뒤따라 찾아 온 햇살이 반가워 이불을 빨아 본다.
아뿔싸, 이불을 널어 말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왠지 핀란드에서 빨래하던 그 날이, 그 곳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