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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Dec 02. 2020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2020.12.2.수

최근 마트 갈 때마다 살까 말까 망설이던 품목이 있다. 바로 대용량 팩에 담긴 바지락이다.

바지락은 된장찌개 끓일 때 자주 넣어 먹는 편이지만(모시조개가 비싸므로), 그것 말고 바지락으로 내가 해 본 요리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바지락 칼국수 생각이 났다. 한꺼번에 바지락 많이 넣고 끓이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일단 카트에 담았다. 생칼국수 3~4인용 한 봉지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다음 집에 있는 자투리 채소들을 채 썰어 넣고 끓였다.(애호박, 당근, 양파, 팽이버섯, 새송이 버섯, 청양고추) 바지락과 면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니 순식간에 그럴싸한 모양으로 변신했다.

바지락 칼국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작은 딸이 한 입 호로록 맛을 보더니

"바닷가에서 먹던 바지락 칼국수 맛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장난기가 발동해 2018년 속초여행에서 찍은 바다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여기가 바다라고 상상하며 먹어!"

작은 화면이긴 하지만 쪽빛 바다와 새하얀 파도가 스르르 밀려왔다 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오래전 그 바다로 우리를 다시 데려갔다.

해마다 속초로 해맞이를 갔었는데, 작년에도 못 갔고 올해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그때까지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일년 내내 짓눌린 마음들이 이제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를 원한다. 진짜 바다 냄새 맡으며 바지락 칼국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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