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tto:ban hee soo>
#1998년 12월 22일 화요일 / 날씨: 맑음
내 이름은 반희수. 아직 학생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오늘도, 학생 반희수다.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이 있다. 뉴진스. 혜인,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까지 14살부터 18살까지 내 또래도 있어서 친구 같아 내 눈에 반한 뉴진스다. 아직 연습생이지만 과정을 지켜보는 게 요즘 내 학교생활 중 유일한 낙이다. 반에는 적응을 못해 친한 친구가 없지만, 뉴진스는 내 또래 같아서 반가움에 일부러 찾아 본다.
#1998년 12월 24일 목요일 / 날씨: 여우비 내린 맑은 날
사실 마음에 두고 있는 남사친이 있다. 처음 본 날을 기억한다. 햇빛이 많은 여우비가 내리는 날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는 날이다. 나에게 거침없이 걸어 들어와 수돗물을 마셨던 애. 하이얀 긴팔 셔츠를 반쯤 접은 모습을 기억한다. 이름표에 김팔복이라고 새겨져 있다. 아 촌스러워. 근데 끌리는 마음은.. 세상이 잠시 느려졌다. 나만 그렇게 보인걸까.
긴 손가락으로 수돗물을 돌리는 모습,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마시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치 5분 33초처럼 길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1998년 12월 28일 월요일 / 날씨: 다소 맑은 날
남사친 생각만 하면 이불킥이다. 뉴진스를 처음 알게 된 날 폰으로 홀린 듯 보다가 남사친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아닌 척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이불킥 두 번 하고 세 번 한 날이었다.
#1998년 12월 29일 화요일 / 날씨: 비
나는 뉴진스 연습 장면을 보는 게 좋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친구들은 모여서 이야기할 때, 난 혼자 폰으로 뉴진스를 본다. 햇살이 좋은 날 옥상에서 보는 게 좋고, 매점 빵 사러 갈 때도 뉴진스는 항상 나와 함께해준다. 하굣길에 자전거 타고 가면서 듣는 뉴진스는 함께라는 느낌이다. 어떤 장소든 뉴진스 음악을 듣는 순간 모든 곳이 내 아지트가 된다.
#1998년 12월 30일 수요일 / 날씨: 비
오늘은 힘든 날이다. 비 오는 날은 그냥 힘들다. 매일 쓰는 이어폰에 물이 묻을까 조심스럽다. 그래도 빗소리와 어울려서 좋다. 힘든 날 나는 매니큐어를 한다. 아참 오늘 낮에 잠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민지가 내 새끼손가락에 내 최애 컬러 핑크색 매니큐어를 칠해주었다. 누군가 나에게 매니큐어 해준 적이 없었다. 처음이다. 민지 사랑해♥
#1998년 12월 31일 목요일 / 날씨: 맑음
팔을 다친 이후로 꿈에 뉴진스가 자주 나온다. 오늘은 내 깁스에 낙서를 해주었다.
'하트♥'
'빨리 나아'
'천재 감독 반희수★'
'죽지마 ㅠㅠ'
이러지 마, 뉴진스! 나 죽어! 올 타임 마이 슈퍼 스타 뉴진스♥
#1999년 1월 4일 월요일 / 날씨: 쾌청
소파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면 마치 뉴진스와 같이 놀았던 기분이 든다. 뉴진스는 없지만, 햇살이 좋은 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가득한 소파의 온기는 마치 뉴진스의 온기처럼 느껴진다. 뉴진스! 내가 더 사랑해♥
#1999년 1월 5일 화요일 / 날씨: 맑음
도서관 백과사전을 둘러보다가 안건데, 오래전부터 중국은 사슴이 성공과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토끼같이 귀여운 우리 뉴진스가 글로벌 우주 대스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슴을 그려봤다. 오래전에는 천하를 비유해서 천하를 잡는다며 사슴을 포획한다고 한다니.. 으 가여운 우리 사스미를.. 사슴아 미안해. 난 생포로 할게. 이해해 줄 거지? 우주 대스타가 되면 다시 풀어줄 테니 우리 안에 잠시만 있자. 사슴 같은 눈을 가진 우리 강고양이 씨. 강해리 오늘도 사랑해♥
#1999년 1월 6일 수요일 / 날씨: 맑음
혼란하다. 요즘 남사친이 자꾸 남자로 보이는지 등굣길에서 보고 싶고, 체육관에서도 보고 싶어 몰래 지켜본다. 오늘 2층 베란다에 있었는데 등교하는 남사친을 봤다. 아니 보러 갔다고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정말.. 좋아하는 걸까.. 하아..
#1999년 1월 7일 목요일 / 날씨: 맑음
남사친과 데이트 바빴다. 오늘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줄 정도로 다정하다. 뉴진스.. 남사친과 관계도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데.. 이제 보니 오늘 비 오는 중에 노래를 듣지 않았네. 예전에는 길에서도 비 오는 날에도 자주 듣던 뉴진스인데.. 뉴진스 음성 사서함도 자주 들었는데.. 우리 민지 목소리 너무 좋은데.. 뉴진스 미안 미안! 잠시 안녕..
<ditto:반희수, 1/2> 끝.
*큰 도움: 강령 님.
*<NewJeans(뉴진스) 'Ditto' Official MV (side A), (side B)>를 보고 쓴 창작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