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K Choi Apr 21. 2023

다시보는《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2018)

류이치 사카모토의 데뷔 40주년 기념 전시

몇 해 전, 남산 피크닉에서 열린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에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도슨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작년 유명한 뮤직테이너의 표절 사건로 떠들썩할 때, 그의 병세가 더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얼마 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적었던 글을 꺼내 그를 추억해봅니다.
드뷔시가 말을 할 수 없을 때, 음악이 시작된다고 말했었죠.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을 때는 항상 입을 닫은채, 머리 속으로 음악이 주는 영화같은 스토리를 풀어내게 됩니다.

좋은 음악이 선하고 바른 신념과 철학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우리, 전시 보러가요 :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류이치 사카모토 ... ?



류이치 사카모토는 1987년 개봉한 영화 ‘마지막 황제‘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이후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남한산성’ 등에도 참여한 바 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입니다. 그가 작곡한 곡 중에서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삽입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대표곡으로 손꼽힙니다.



그런 그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는데요, 이 전시는 작곡가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으로서도, 배우로서도 활동했던 그의 모습 뿐만아니라 아티스트 백남준, 알바노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사카모토와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했던 작업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다원 예술의 장이에요.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구성
사진: 피크닉 인스타그램


<전시 구성>

1. 영화음악의 마스터, 그의 걸작들을 한 자리에서 돌아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부터 '콜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류이치 사카모토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계에 기여한 그의 음악적 공로에 관한 것인데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가장 신뢰하는 작곡가였던 사카모토의 대표곡과 잊혀진 명곡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요

2. 소리를 통해, 영상을 통해, '우주에서 창문을 열어 지구를 바라보는' 체험
때로는 악기가 아닌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가 지구상의 가장 아름다운 음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음(音)에 대한 사카모토의 오랜 관심과 경외심은 지구의 하늘과 땅과 바다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신비롭고 명상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작은 전시실 안에 담긴 무한히 거대한 자연. 그것은 마치 우주에서 창문을 열고 지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주 특별한 관조의 체험을 선사합니다.



3. 우리가 잘 알던 음악가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80년대의 아이돌, 90년대의 전위예술가, 그리고 2000년대의 사회운동가.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자유롭고 진보적인 세계인의 일원이자 대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이 그의 인생을 이끌었고, 또한 그의 인생이 그의 음악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후두암에 걸린 것은 큰 불행이고 시련이었지만, 죽음의 공포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음악은 더 큰 울림을 갖게 되고요. 세계 최초로 열리는 단독 전시를 통해, 예술을 사랑하거나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지향점이자 롤모델로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만나 보길 바랍니다

사진: 최민경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가장 윗층- 테라스와 맞닿아있는 전시장에서는 사카모토가 911테러로 촉발된 반전에 대한 관심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작업 및 산출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활동해온 MC스나이퍼와 작업한 곡이 2004년 발매된 <Undercooled>  앨범에 수록되어있기도 합니다. 알면 알수록 깊고,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말년으로 갈수록 삶과 작업이 하나가 되어가는 대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 기뻤습니다. 부디 축복 가득한 환경 속에서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임종을 맞이하셨길…




작가의 이전글 내가 로스쿨에 가지 않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