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운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사실 나는 반려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들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는 산책이다. 남편과 나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하루에 2~3번씩 산책을 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주 산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일은 굉장히 많은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산책을 나가기 위해서 집에 일찍 들어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강아지를 데리고 나갈 때는 리드 줄과 배변봉투, 필요하면 간식과 물을 챙겨서 나가야 한다. 산책이 일상이 되고 훈련이 잘된 반려견이라면 좋겠지만 우리 강아지는 그런 녀석이 아니다. 자칫 리드 줄을 놓치거나 힘이 빠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갑자기 튀어가는 녀석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다.
한 번은 산책 도중 손이 미끄러워 잡고 있던 끈을 놓쳤던 적이 있다. 아차! 하는 순간 쌩하니 앞으로 달려간 녀석은 맞은편에 길을 걷던 아주머니에게로 달려들었고,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있는 힘껏 달려서 줄을 다시 잡았다. 강아지가 달려오는 것을 본 아주머니는 많이 놀라신 표정이었다.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니 괜찮다고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괜찮아요.”
“죄송해요. 제가 손이 미끄러져서 줄을 놓쳤어요. 많이 놀라셨죠?”
“사실 내가 강아지를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어렸을 적에 강아지에게 물린 이후로부터는 아무리 좋아도 무섭더라고.”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산책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 보면 강아지를 좋아는 하는데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보통은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서 무서워지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란 우리의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장애가 되는가. 작게는 강아지의 경우이지만, 크게는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서 과거 교통사고가 났었던 사람이 다시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된 것이 이러한 경우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 이유 없이 친구에게 미움을 받았었다. 중학교 1학년을 보내는 동안 필통을 20번 넘게 잃어버렸었다. 필통을 잃어버려 새 필통을 사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것을 잃어버리는 일을 반복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책상 위에 놓는 물건은 늘 없어지고 다시 찾으면 그 물건이 교실 구석이나 운동장 같은 곳에서 발견이 되었다. 어렸던 나는 퍽이나 무서워졌다. 내 물건만 노리는 녀석이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한 나는 긴장한 채로 중학교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잔인한 1년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의 제일 친한 단짝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내가 필통을 잃어버렸을 때마다 같이 걱정해주고 물건을 찾아주기도 했던 친구였다. 내가 이유를 물었을 때, 친구가 한 대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어.
그냥 너를 놀려주고 싶었거든.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였겠지만, 이것이 내 인생의 트라우마가 되어서 난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으로 바뀌어 버렸고, 가장 친했던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서 사랑하고 믿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그 사람을 의심을 하게 되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며 얼마나 많은 충격을 겪게 되는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조금씩은 회복되기를 바라본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혹여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덜 아프기를. 앞으로 살아갈 우리 삶에는 조금은 덜 상처받고 이 또한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