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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Nov 22. 202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10. 루시 (Lucy)가 두 발로 뛰다.


 출구 앞으로는 우거진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가파른 화강암 절벽이 빙 둘러싼 분지지형이었고 굉장히 습해서 조그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내렸다. 무릎을 넘는 고사리가 듬성듬성 떼로 나 있고, 얼굴크기 만한 노랑, 주황, 파랑 꽃들이 강렬한 색채를 뽐내며 활짝 피어있었다. 야자나무와 열대나무가 들어찬 가운데 허벅지만 한 덩굴들의 줄기와 뿌리가 그것들과 뒤엉키며 흡사 태곳적 원시 자연을 떠오르게 했다. 대부분의 식물이 크고 굵어 한눈에도 징그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밀림 안으로 들어섰다. 앞을 헤쳐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종종 카할이 칼로 덤불과 줄기를 베어 길을 만들어야만 했다. 수진은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굵은 거미줄에 손바닥 크기만 한 머리를 가진 거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던 것이다. 곧장 그것들이 그녀의 머리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괜찮아, 어서 가자.”


 이안이 두려움에 떠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는 절대 놓지 않았다. 숲의 곤충들까지도 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몇 배씩 컸기에 순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하물며 개미도 징그럽게 컸다. 하지만 그 밖의 동물이나 바위에 낙서그림을 그린 그 누군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이안이 제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살며시 뒤돌아보았다. 잠시 그쪽을 째려보다가 뒤돌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레빌이 손잡고 걷는 그들 옆으로 따라붙자 그는 손가락으로 쉿 하며 작은 소리로 알렸다.


“우리를 미행하는 자가 있어요.”


 이안의 말에 그들은 뒤를 의식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들 중 가장 둔한 청력을 가진 수진에게조차 터벅터벅 흙을 밟거나 사각사각 나뭇잎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저 멀리 야자나무 사이로 보이는, 절벽에 난 커다란 동굴 입구를 발견하곤 그리로 향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걸음은 다시 멈추고 말았다.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방금 전 코끼리 떼가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나무들이 부러지거나 뿌리 채 뽑혀 나와 있고, 바위가 통째로 뽑히고, 흙이 마구 파헤쳐져 풀, 꽃 등과 뒤섞여 있는 등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깊게 파인 똥구덩이까지 있어 화장실 악취가 진동했다. 지금 그들의 신발이 놓인 곳 뒤로는 완벽한 밀림숲이 펼쳐져 있는데 앞은 이리도 다른 모습이라니 선뜻 발걸음이 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토르의 망치’라는 중요한 임무를 떠올리고 용기를 내어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그곳의 중간지점까지 다가간 그때였다.


“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


 해괴한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그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숲 사이로 커다란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아니 침팬지라 하기엔 좀 모습이 틀려 보였다. 흡사 인간의 얼굴과 꽤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숲의 시작점 바로 뒤에서 멈추더니 벌떡 일어서서 두 손을 번갈아가며 절벽 동굴을 가리킨 채 두 팔을 크게 흔들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술을 부르르 떨며 움바움바 날카롭게 울어댔다. 그 순간 그들의 긴장이 훅 풀려버렸다. 자신들을 미행한 자가 바로 저 침팬지라니.


 레빌은 깔깔거리며 이제 안심이라고 떠들어 댔고, 모두의 얼굴에는 멋쩍은 미소가 지어졌다. 수진이 잡았던 이안의 손을 놓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왜 저리 난리일까? 유난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눈이 번쩍 떠졌잖아?”  


“우리 같은 존재를 처음 봐서 그렇겠지. 자신의 영역표시일 수도 있고.”


 이안의 그럴듯한 대답에 마음을 좀 놓으려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러지 말라는 전조의 표시인지 “쿵”하는 진동이 땅을 타고 울려 퍼졌다. 또다시 “쿵, 쿵, 쿵...”

 

 진동은 동굴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자 침팬지는 아까보다 더 난리를 치며 손을 앞으로 내밀어 어서 자기 쪽으로 오라는 듯 마구 흔들어댔다. 이쯤 되자 그들의 본능은 도망치라고 명령을 내리었다. 뒤돌아 숲 쪽으로 되돌아가려는데 때마침 동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크아앙~크아앙!”


“꺄아악!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다!”


 비명을 지른 수진의 눈이 공포에 질려 숲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날카롭고 거대한 발톱이 세워진 두 앞발을 양쪽으로 달랑거리면서 입을 크게 벌려 귀청이 떨어지도록 괴음을 내지른 후 전속력으로 쾅쾅 뛰어왔다. 길고 육중한 꼬리가 요란스레 흔들리는데 그렇게 무섭고 두려울 수가 없었다. 다들 혼비백산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렸다. 그런데 그만 레빌이 웨딩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레빌 살려!”

 숲 경계까지 도달한 아이들이 뒤를 돌아보고 경악했다. 공룡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은 채 레빌의 바로 뒤에서 그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심한 으르렁거림에 그가 허옇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것의 사나운 눈동자와 딱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기절하여 땅에 털썩 쓰러졌다. 공룡은 크게 포효하며 발버둥을 쳤으나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것이 입을 벌려 그를 꿀꺽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그것의 머리로 돌이 날아왔다. 


“어이, 추한 공룡아, 넌 왜 그리 못생겼니? 여자 친구는 있니?”


“어이, 공룡, 인상 좀 펴봐, 너무 험상궂잖아. 여기 좀 봐봐!”


 수진과 카할이 돌을 던지고 손짓 발짓해가며 춤을 추고 소리치자 티라노사우루스가 고개를 들었다. 화가 잔뜩 난 눈동자가 더욱 불꽃을 튀기며 그들을 무섭게 째려봤다. 흡사 재들이 미쳤나 싶은 표정이거나, 아님 그들의 말을 정말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계속 오버하며 난리를 치는 동안 옆에 있던 침팬지도 같이 소란을 피웠다. 


 그러는 사이 이안은 바람처럼 달려가 레빌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순간 때마침 그것의 눈동자가 밑으로 쑥 내려왔다. 아이들이 저 앞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눈동자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이안에게 고정되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는 레빌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룡도 머리를 그쪽으로 쭉 내밀며 무섭게 따라 달렸다. 온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닿을 것 같다가도 피하고, 쫓고 쫓기는 그들의 아슬아슬한 장면에 수진과 카할은 할 말을 잃어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들 역시 살살 도망치고 있었다. 

 

 이안이 겨우 숲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은 다 함께 내달렸다. 그런데 공룡이 더이상 따라오지 못한 채 숲의 시작점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들어올 수 없는 경계인 듯 싶었다. 그것은 잠시 으르렁 서성이다가 곧 자신의 동굴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은 망치고 뭐고 다 잊은 채 아까 그들이 나왔던 그 자연 동굴로 무작정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샘 곁의 둥지로 다가가 레빌을 거기에 눕히고 모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눈앞이 말 그대로 캄캄하고 놀란 가슴이 세게 펄떡거렸다. 그들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지만 좀처럼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쓱쓱 긁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서 살짝 떠진 눈으로 소리 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같이 들어온 침팬지가 두 다리로 일어서서 평평한 바위 위에 손을 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날카로운 돌 끝으로 팔을 몇 바퀴 돌려가며 바위그림 위를 긁어대고 있었다. 이제야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리었다. 그건 바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였던 것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레빌은 겨우 정신을 차리었다. 샘물을 몇 번이나 퍼먹은 그가 부들부들 떨며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몸을 이리저리 만지고 꼬집었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아이들과 침팬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이리 갈수록 태산인지. 나는 더 이상 망치를 찾을 자신도, 힘도 없단다. 그냥 돌아가야겠어. 미안하구나.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 보다.”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오전에 그들이 나왔던 아래쪽으로 혼자 가버렸다. 저 공룡보다는 차라리 거인들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카할이 건네준 램프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서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런데 한 30분이나 지났을까? 아래에서 빛이 꼬물꼬물 나타나더니 그가 허옇게 질린 표정으로 귀신처럼 흐물흐물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들 앞에서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그를 부축하려고 내민 수진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가 전보다 더 떠는 목소리로 절규했다.


“저기, 우리가, 우리가 올라왔었던 천장 구멍이 사라.. 졌어. 완전히 막혀버렸다고. 이제 어떡하니?”   


 놀란 그들은 다 함께 그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이번에는 침팬지도 따라갔다. 구멍이 있었던 자리에 거의 도착한 순간, 그들은 그만 비명과 함께 몸을 떨었다. 레빌이 그중 가장 심하게, 누군가가 그를 막 쥐어짜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몸을 뒤틀어대며 반응했다. 정말 인위적으로 잘린 것 같았던 그 직사각형 구멍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저 바위벽뿐이었다. 혹시 잘못 찾아왔나 싶어 왔던 길과 주변을 여러 번 뒤졌지만 구멍은커녕 조그만 틈새조차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은 창백한 낯빛으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샘으로 되돌아왔다. 레빌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여기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돌아갈 길이 막힌 이상 전진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라 그런지 다들 무척 예민하고 불안감 지수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이안은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지고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는 붉은 성에 들어오면서부터 느꼈었던 두려운 예감, 즉 누군가가 그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와 카할은 한 팀으로 티라노사우루스를 멀리서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수진과 레빌은 분지의 화강암 벽을 따라 돌면서 다른 동굴이나 출구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침팬지는 수진을 따라왔고 그녀는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곧 그녀는 새로운 친구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암컷은 사진이나 동물원에서 보던 침팬지종과 확실히 틀렸다. 120cm 키에 약 25Kg 정도 나가는 그녀는 수직으로 곧게 뻗은 다리와 높게 위치한 엉덩이를 지니었다. 그래서 곧잘 일어서곤 했다. 그런데 움직이려면 두 팔이 내려와 땅을 짚고 허리가 구부정해져서 걸었다. 손을 잡아준 지금은 천천히 두 발로 걸었지만 손을 놓으면 다시 네 발이 되었다. 얼핏  직립보행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암컷은 겁이 나는지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 같았다. 수진은 나중 시간이 날 때 한번 훈련을 시켜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그제야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레빌은 아침이 되자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아니,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살아나 그 어느 때보다 더 기운차게 맹렬히 걸어 다니며 절벽을 살폈다. 퇴로 없는 군대가 마지막에 죽기 살기로 싸워 전쟁에서 이긴다고도 하던데 레빌이 딱 그 꼴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그들이 애타게 찾는 다른 출구는 없었다. 


 비참한 심정으로 그들은 샘으로 되돌아왔다. 다른 팀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모두 가져와 그들을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샘 옆으로 모닥불을 피운 후 모두가 둘러앉았다. 수진이 핸드백 안에서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햄을 꺼내 다 같이 나눠먹었다. 그리고 침팬지가 아까 잠깐 나가더니 질질 끌고 온 바나나 꾸러미에서 남은 6개 중 3개를 따서 나눠먹고 나머진 원래 주인이 다 차지하도록 놔뒀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안을 쳐다보았다. 옆에 앉은 카할이 단번에 알아차리고 대신 대답했다.


“오다가 들쥐 하나가 그에게 희생되었지. 피가 꽤 나오던데.”


 그럼 다행이었다. 그들은 따듯한 불빛을 쳐다보며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레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카할을 재촉했다.


“어서 좋은 소식부터 내놔보렴.”


 바나나를 우물우물 씹어 넘긴 그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출구를 발견했어요. 은색 문이에요.”


 레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는지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이안의 증언으로 그의 행동은 정지신호에 걸린 차처럼 우뚝 멈추고야 말았다.


“그런데 공룡이 들어가는 동굴 안벽에 위치해있어요. 게다가 공룡은 그 문 앞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고요.” 


 레빌은 만세를 접더니 신음을 내며 끙끙거렸다. 어제의 공포가 다시 되살아나는가 싶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옆으로 누워 끙끙대다 잠이 든 그를 놔두고 아이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연히 공룡을 제치고 은색 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룡을 제치고 들어간다는 것이, 그것도 공룡시대를 통틀어 가장 사납고 성질이 난폭하기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를 따돌린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결론이 나지 않자 토론은 점점 길어졌다. 카할과 이안이 신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동안 수진은 침팬지를 데리고 옆으로 살짝 빠져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두 손을 잡아준 채 두 발로 걷는 훈련을 시켜보았다. 동시에 옆의 이야기도 흘려듣다가 이따금씩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안과 카할은 처음엔 별 관심이 없더니 차차 흥미를 보이며 그녀 쪽으로 꽤 오래 시선을 두었다. 


“불쌍한 동물 괴롭히지 말고 그냥 여기 와서 앉지 그래?”


 이안이 살짝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삐죽거렸다.


“얘 이름은 루시(Lucy)거든. 앞으로 루시라고 불러줘.”


 카할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바로 되물었다.


“왜 이름이 루시야?”


“응, 롤리마을의 우리 할머니 친구분 중 한 분이 정말 얘랑 똑같이 생기셨거든. 그분 이름이 루시이셔, 루시 마치(Lucy March). 나한테 참 친절히 대해주셨지. 맛난 과자도 구워서 갖다 주시고.”


 그녀는 좋은 의도로 꺼냈지만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그분이 지금 여기 함께 계시지 않은 것이 그분의 인생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왜일까? 그냥 작가의 여담이니 무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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