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우스 조직문화 팀이 일하는 법
"20년부터 22년까지 재직한 조직에서 컬처 오피스를 신설해 운영했던 때 쓴 글입니다. 본 글은 20년 11월, <원티드 컨퍼런스-조직문화가 지배한다> 편에서 공유한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풀 버전이 궁금한 경우 영상 콘텐츠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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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직문화에 대한 기업의 고민과 관심이 깊어지면서 대표이사 직속으로 조직문화 전담 팀을 구축하는 사례들이 꽤 등장하고 있다.
문화창조자인 대표도 아닌 실무자는 이 거대한 것을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까. 대체로 그 범위는 방대하고 모호하며, 이 상태에서 상황마다 다른 기준이 작동하며 실무자는 난관을 겪게 된다.
과거 조직에서부터 지금까지 컬처오피스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 나 역시 그 혼란을 경험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왔기에, 아래에서는 이를 해소하며 조직문화를 실무화 해 온 과정을 조명해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을 확인할 때도 그가 가진 타고난 기질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어 왔는지를 조망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을 조직으로 치환하면 그게 곧 조직의 문화이기 때문.
현재 소속된 회사는 요즘 아파트나 오피스 엘리베이터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TV를 운영하는 곳이다.
엘리베이터TV라는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시청자에게 즐겁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며 엘리베이터TV 시장에서 꽤 유의미한 입지를 다져왔는데, 본질적으로 이 조직은 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고, 이를 통해 고객의 더 나은 생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었다.
깜깜이 영업과 불신이 관행으로 여겨졌던 기존 옥외광고 시장에서 이 조직이 제대로 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택한 전략은, 1. 기 사업자를 인수해서 초기 기반을 빠르게 확보하고, 2. 광고산업의 풀밸류체인을 내재화하는 거였다. 그에 따라 LG U+ 미디어 사업부를 인수하고, 기존의 광고주-종합광고대행사-매체구매대행사-매체사-매체판매대행사-매체판매대대행사로 세분화되어 있던 기 산업구조를 플랫폼을 중심으로 고객가치 발현에 필요한 역량만을 응집해서 조직 내 내재화했다.
이런 철학과 실행전략으로 지난 3년 간 성장해왔다. 결과적으로 0에서 시작한 엘리베이터TV는 곧 6만대 론칭을 앞두고 있고, 2명에서 시작한 조직 규모는 이제 220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 조직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환경에서 기반을 다졌고, 어떤 변곡점을 겪어 왔는지를 조망해보면, 몇 가지 상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들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에게서 '본질을 추구하고, 관행이 그와 맞지 않다면 과감히 맞서고, 그에 따르는 갈등은 두려워하지 않고, 고객가치를 위해 안된다는 것도 어떻게 해서든 되게 만들고, 그를 위해서라면 단기적 이익은 포기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빠르고, 실행력 강하고, 도전이 곧 생존본능이고' 등의 캐릭터가 그려졌다. 이게 우리 조직이 외부환경에 대응해 온 방식인 셈이다.
어떤 실무 영역이건 조직이 해당 실무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두는지에 따라 조직 내 역량이 좌우된다. 더불어 조직문화는 조직 내 어떤 현상을 굉장히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 주로 언급이 되기 때문에 그 추상적인 표현만 들으면 조직이 정확하게 무엇을 문제로 정의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 또, 조직문화 관점에서는 대표가 곧 문화창조자이기 때문에 대표가 어떤 생각과 기대치를 갖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해 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선 기대수준과 팀의 역량을 바탕으로 팀의 정체성부터 수립했다. 조직문화는 아주 긴 호흡으로 달려야 하고 그 과정의 복잡성이 무척 높은 업무다. 크고 작은 저항 현상 역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이에 따라 팀의 정체성에 대해 수행자 스스로 중심을 단단하게 잡지 않으면 많은 것에 휘둘리다 결국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봤다.
그에 따라 우리 조직에서 컬처 오피스는 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인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는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를 구조화할 것인지를 구체화했다.
컬처 오피스의 존재이유, 미션으로 삼은 것은 "조직의 이상문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직풍토를 정의하고 해당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조직 내 요소들을 정렬해, 구성원의 조직몰입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역할과 의미, 비전, 목표 등을 순차적으로 설정했다.
조직의 이상에 맞춰 조직 내 정렬되어야 할 모든 요소를 가늠해보는 것은 맥킨지 7S 모델을 활용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로 문화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 내 요소들을 주욱 나열해보고, 현 조직의 수요와 팀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 크게 업무구조를 짰다.
그에 따라 조직철학과 풍토진단, 풍토강화의 구조를 수립했다.
사업 초기, 무언갈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똘똘 뭉친 소규모 팀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뭐가 중요한 지 알고, 눈빛만 봐도 내 옆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른 바 ‘눈치껏’이라는 도구가 아주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단계인 것.
그런데 조직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사업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한 부족이 유입되고 내부 복잡도가 높아지면, 이심전심으로 통했던 모든 것들이 이상한 무언가를 낳기 시작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왜 그러한 것인지 등의 맥락들은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리고, 당장의 것에 집중하고 다른 조직에서 하는 대로 하고 여러 사람들의 자의적 해석이 섞이며 시간은 흐른다. 대증적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한 과정들이 축적되며 조직의 원래 갖고 있던 오리진이 희석되고 왜곡되고 변하는 것으로 봤다.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게 중요했고 앞으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구심점을 잡기 시작했다. 더 이상 ‘눈치껏’이 아닌, 오버커뮤니케이션을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접근이었고, 이는 고맥락 조직에서 저맥락 조직으로의 이동을 의미했다.
일반적으로 조직철학을 수립하고 명시화할 때의 접근은,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행동규범 그에 따른 인재상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인데, 우리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이 하나 있다. 현 조직의 기본가정을 탐색하는 것. 우리 조직이 갖고 있는 기본가정은 이상문화로 나아가는 것에 정렬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교정해야 하는 지를 합의하는 것이었다.
에드거 샤인에 따르면 문화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기본가정과 표방가치 그리고 인공물이 그것이다. 흔히 조직문화를 바꿔보겠다고 하는 많은 시도들은 주로 인공물에 변형하는 것에 그친다.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바꾸고 컬처 덱 만들고 여러 행사와 교육을 하는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변화는 뜨뜨미지근하다. 혹자들은 '그렇게 하면 뭐하냐, 위가 안 바뀌는데' 라는 냉소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조직의 기본가정과 표방가치, 인공물 간의 얼라인먼트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성을 하고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했다.
기본가정은 더 이상의 왜가 불필요한, 아주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을 말한다. 인간을 선하다고 보는지 악하다고 보는지, 일하기 싫어하는 존재로 보는지, 일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존재로 보는지, 나와 다른 사람의 지위는 동등하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따위다. 이는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다. 그냥 그렇게 믿는 거다. 조직이, 특히 그 조직을 만든 창조자와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어떤 기본가정을 갖고 있는지에서부터 그 조직의 문화는 형성된다.
만약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지위는 동등하지 않고 나는 경영진이라서 그만큼 대접받아야 한다'고 가정을 가진 조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조직에서 요즘 ‘수평문화’가 트렌드이기도 하고,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호칭을 님으로 바꿔보자’ 라는 제안이 나왔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기본가정과 표방가치, 인공물이 부정렬된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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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의 대화와 워크샵을 통해 우리 조직이 바라고 있는 이상문화를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어서 그 이상문화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현재 우리에게 어떤 풍토가 필요한 지 고민했고 그것을 자율성, 학습, 심리적 안전감, 협업, 리더 신뢰 등 10가지로 기준을 설정하고 현실문화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우선 합류를 확정한 후부터 일정 기간 동안은 채용절차를 경험할 때부터 이방인의 눈으로 조직의 인공물들을 관찰했다. 맥락정보가 없는 사람에게 이 인공물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를 파악하며 이를 통해 어떤 인식이 생기는지를 확인하면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두 번째는 지난 3년 간 급속도로 성장해 온 조직이었기에 그간의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어떤 부분에서 인식적 왜곡이 일어났는지 등의 맥락 정보를 얻고, 구성원들에게 근원적으로 어떤 욕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전사 구성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컬처 티타임을 진행했다.
세 번째, 조금씩 업무 방향이 가늠이 되면서 보다 명시적으로 현재 우리 조직의 출발점을 찍어 보기 위해, 포미가이스트라는 이름의 풍토 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서 언급한 10가지 항목들을 진단할 수 있는 문항들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현재의 인식수준을 1-5점 척도로 선택하는 형태의 정량조사였다.
마지막으로 탑레벨부터 비직책자까지 전원을 대상으로 성격/가치관 조사를 시행했다. 조직원들의 성격과 가치관을 파악하며 현재 선호하고 작동하고 있는 업무 스타일을 가늠하기 위함이었고, 개인에게는 본인의 성격과 가치관이 리더십 측면에서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그게 또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어떤 조직이나 부족의 문화를 엿볼 때 우리는 여러 상징들을 확인하며 해석한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어떤 일화가 구전되는지, 어떤 의례들이 존재하는지, 누굴 영웅으로 추대하는지, 어떤 사람을 배제하는지, 어떤 제도와 규칙들이 있고, 이는 어떤 행동들을 유도하고 있는지 등이다.
이를 조직에 적용해서 실무 언어로 바꾸고 우리의 기본가정과 표방가치에 정렬되려면 어떤 인공물들이 필요할까를 고민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인공물의 형성과 변형 단계다.
앞서 인공물 관찰, 컬처 티타임, 포미가이스트, 성격/가치관 진단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투두리스트를 추출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가치 기반 리더십, 교육, 사내커뮤니케이션, 제도 및 관행, 기타 이슈대응으로 하위 구조를 수립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를 가꾼다는 것은, 우리 조직에서 정의된 선을 강조하며 개개인의 행동을 챌린지하고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려면, 어떤 경험을 설계해주는 게 좋을지의 관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인식 변화, 그로 인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방향의 강조가 아닌, 구성원들의 관여도를 높이고 체감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직문화는 “공유되고 학습되어 축적된 산물”이기 때문에,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학습하고 축적해나갈 것인가로 고민해 본다면, 또 다른 구조와 시도들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당신이 문화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문화가 당신을 관리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도 못할 것이다.
에드거 샤인의 말이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문화에 지배당하기 보다, 선제적으로 깊이 고민해서 각 조직들이 가진 원대한 목표를 최적의 방법으로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 <끝>
작은 팀이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지속가능한 조직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핵심에는 조직문화 관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관련 대화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