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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순림 Mar 06. 2021

버티는 삶

지금 당장 자존감이 떨어지더라도.

얼마 전에 허지웅 작가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었습니다. 티비에 나오기 이전부터 좋아하던 작가 였고 여러 가지 개인사 뒤에 다시 보게 된 허지웅이라는 분은 (비록 본인은 달라진게 없다고 하지만)  쓰시는 글들을 포함해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나온 책도 사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이 글의 제목도 이전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와 너무 유사하긴 합니다. 아마도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마지막 chapter에 있는 다음의 문단입니다. 


“제다이 원로회가 아나킨을 믿지 않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청년들이 늘 겪는 바와 같다. 매우 운이 좋은 소수를 제외하면 여러분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가치를 부정당할 것이다. 억울할 것이다. 내 가치를 누군가 알아봐주길 갈망할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치를 인정 받는 것처럼 보인다. 절망이 커져간다. 하지만 절망에 먹혀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점령당해 객관성을 잃는 순간 괴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평가에 잠식되어서는 안된다 평가와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 마음에 평점심을 회복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자. 그것이 포스가 말하는 균형이다.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의 노력을 알아보고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끊임없이 가다듬고 정진하고 버틴다면 반드시 그 날이 온다.”


현재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얘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수려한 문장으로 뽑아내기에는 아직 글쓰기나 말하기의 실력이 많이 부족한 점도 많아서 이 글을 읽고 제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제 얘기를 들으시는 분들도 동일한 감정이 전달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그 회사 안의 규율과 원칙들 등에 억눌려 있고, 한 발 앞으로 가려 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수 많은 잔소리 들을 듣고 그럴 수록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에 상처 입는 경험들도 엄청 많이 하게 될 것이고. 내딛으려는 방향이 잘못되서 가시밭에 맨발로 걸어나갈수도 있고, 따뜻하고 푹신한 흙밭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이번에는 발은 그렇게 내딛는 게 아니라는 수 많은 잔소리 들을 듣게 되고... 하나하나 완벽한 것들을 요구하며 남들 보다 더 빠르게 앞서 나가길 요구받는 조직에서 많이 자존감이 떨어지고 상처 받는 경험들, 많은 분들이 이 시간에도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동료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한발 한발 잘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이를 부러워 하면서 다시 자책하고 괴로워 하고 평가에 고민하고… 이러한 수 많은 비교와 비평 때로는 비난에 절망이 찾아오고 깊은 늪으로 빠져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쉽게도 저는 그러한 감정이나 고민들, 떨어진 자존감을 한 번에 회복 시켜 줄 수 있는 마법같은 말을 알지 못합니다. 위의 인용한 글에서도 평가와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평가와 자기를 분리시키는 작업이 수월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가의 결과를 자신과 동일시 하면서 생기게 되는 괴로움들이 마음의 병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병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못하는데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일수도 있어서 정확하게 ‘이렇게 해보세요’ 라는 말은 잘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하나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버티고 버티다 보면 가시에 찔린 발의 상처도 아물고, 나아가면서 자세도 보완이 되고 어떠한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경험치가 축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처입은 자존감보다는 이러한 작은 성공과 축적되어 가는 경험치들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다른 누군가를 보듯 다른 이들도 나를 보고 고마워 하는 이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때 따뜻한 한 마디를 보태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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