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남자 Feb 22. 2021

당신의 삶은 몇 인분 입니까?

나는 곱빼기

'당신의 삶은 몇 인분 입니까?'


갑자기 깜박인 문구가

내 걸음을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당신의 삶은 몇 인분 입니까


이 차분한 문구는

내 머릿속에 들어앉아

수십 갈래 물꼬를 텄다.


뇌 주름 사이를

구석구석 파고 들어가더니

입을 연다.


"나는 곱빼기"




짜장면 곱빼기 12그릇



나는 어릴 적부터 '라면을 끓인다'라고 표현해왔지만 누군가는 '라면을 삶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끓인 라면과 삶은 라면의 미묘하게 다른 맛이 혀 끝에 느껴지곤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어느 잡지에 '삶은 라면 1인분'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나의 뇌는 문장의 '삶'이란 단어를 'Life'로 인식했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삶은 몇 인분 입니까?'


과연 내 삶은 몇 인분 인걸까?

질문을 아래 2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① 나는 몇 사람분의 일/활동/생활을 하는가?

② 얼마나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가?


① 나는 몇 사람분의 일/활동/생활을 하는가?

나는 몇몇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공을 들인다. 작은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리는 작업이 일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② 얼마나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가?

나는 받지 않고 주지 않는 편한 삶을 선호한다.

주고받으면서 쌓이는 정이 있겠지만 뭘 줄지, 뭘 받을지 고민하는 건 정말 머리 아픈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힘들 때는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2인분까지는 무리다.

우리 각자의 삶도 피곤하고

어설픈 베풂은 부담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1.5인분 정도인 곱빼기의 삶을 살고자 한다.

 



<당신의 삶은 몇 인분 입니까>는 과거에 제가 썼던 짧은 글들을 현재의 생각으로 재해석하여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매거진입니다.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의미도 큽니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명칭 하는 '보통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고 '삶의 주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 이름으로 책 한 권 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과거 어느 시점에 글을 차곡차곡 썼지만 계절이 지나고 글의 색이 바래지니 유치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들춰보니 부족하지만 탑탑한 글 냄새가 나는 글이 몇 편 있었고, 이름 뒤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 때까지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