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인간

왜 쓰는가, 어떻게 쓸 것인가

by Keepbook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을 쓰고는 하죠.


소설이나 시 같은 완벽한 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쓰는 정보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모든 것이 다 글이거든요. 여러분이 방금 전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면 그것은 글을 보낸 것입니다. AI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그것도 글을 쓴 것이죠. SNS에 게시물을 업로드했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리뷰를 썼다면 그것도 역시 다 글입니다.


이렇게 글을 많이 쓰면서 살고 있는데도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도대체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이며, 글의 구조는 또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글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우리는 왜 글쓰기를 이렇게 어려워하는 것일까요?


관련하여 찰스 다윈은 아래처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말을 하려는 본능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글을 쓰려는 본능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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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has an instinctive tenedency to speak, as we see in the babble of our young children, whereas no child has an instinctive tendency to bake, brew, or write." - Charles Dar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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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말을 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은 어느 순간 말을 하기 시작하죠. "엄마", "아빠", "주세요." 같은 단어들을 말하다가 두세 살 정도 되었을 때는 문장으로 얘기할 수 있게 됩니다. 스스로 걷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글쓰기는 걸음마나 말처럼 저절로 찾아오는 능력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학교나 부모, 선생님으로부터 글을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글은 스스로 쓰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좀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겠지요. 글은 알아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해서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글을 노력해서 익혀야 하는 이유는 글이 말보다는 더 어렵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글은 왜 말보다 더 어려울까요? 그것은 글의 수신자와 발신자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은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하는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나와는 어떤 관계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에 글의 경우에는 내 글을 읽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상대방은 나와 같은 동네의 사람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나라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내 글을 읽으며 "맞아, 그렇지."하고 동조할 수도 있으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하고 글을 집어던질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의 글을 보내는 것이므로 불확실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첫 문장에서부터 막히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상대방이 내 글을 읽어줄 것인지 모르겠으니까요. 상대방은 부드러운 문장을 좋아할 수도 있으나 단호한 문체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없으니 막연할 뿐입니다.


이처럼 글쓰기는 막연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막연한 글을 쓰려는 본능도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약간은 고통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나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시간 속에서 증발해 버리는 말을 어떻게든 글로 남겨두려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후 세대의 사람들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인간은 왜 본능을 이겨내면서까지 글을 쓰는 것일까요?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것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세금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이 남아있었다고 하죠. 국가 행정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록이 주를 이뤘던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잊히고 싶지 않아서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중요한 정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존재나 국가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하겠지요. 또는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도 할 테고요. 편지나 쪽지, SNS 글 등이 그렇겠지요. 어떤 이유로 글을 쓰든 간에 우리 인간은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글을 씁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비록 글을 쓰는 본능이 없을지라도, 우리는 ‘쓰는 인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현재의 저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솔직하게는 제 자신이 더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쓰는 사람이므로 그야말로 쓰는 인간일 텐데요. 어차피 쓰는 인간이라면 잘 쓰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앞으로 본 브런치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써볼 예정입니다. 글과 관련된 글, 추천하고 싶은 책, 글을 잘 쓰기 위한 여러 팁들까지 모두 다뤄볼 생각입니다. 평소 제가 하던 생각과 직접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만 가르쳤던 글쓰기 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한 번 해보려고 해요.


따라서 저의 브런치를 읽고 나면 여러분의 글쓰기는 한결 쉬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 역시 쓰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만약 저의 독자가 청소년이라면, 글쓰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재미있으며, 또 행복한 일임을 깨닫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의 글쓰기에 제가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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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됩니다.


파트 1. 왜 쓰는가

파트 2. 어떻게 쓰는가


* 참고 서적

<나는 왜 쓰는가>, <기자의 글쓰기>, <팩트풀니스>, <동물해방>, <인 콜드 블러드>, <bird by bird>, <이것이 인간인가>(34p), <인포메이션>, <인간의 대지>, <창백한 푸른 점>, <사피엔스>, <설득의 심리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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