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Feb 21. 2023

매일을 헤엄치는 법

책 읽기 프로젝트 50 #38

나에게는 노력하지 않고 얻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글쓰기 능력, 골프 실력, 건강하지 않은 것들을 마구 먹어도 건강한 몸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 중에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어릴 적 미술학원에 다니며 선생님과 함께 그렸던 6.25 포스터 숙제에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였던 것 같다. 그 후에는 만화책을 보면서 멋진 만화 주인공을 똑같이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거나, 또 여행을 가서 보는 멋진 풍경을 쓱쓱 그려서 담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풍경 드로잉 쉽게 하는 법"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던 것은 이런 욕심의 결과였다. 연필로 펜으로 쓱쓱 그려내는 멋진 그림들은 내가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계속 보게 되는 시각적인 만족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왔다. 유튜버 이연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이연은 8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책 두 권을 출간한 작가다.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다. 이 책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그의 두 번째 책이자 첫 번째 그림에세이다. 2018년,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회사를 떠났다. 그 힘들던 시기에 적어둔 일기를 토대로 전구 모양의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를 펼쳐냈다. ‘전구에 인간을 빗댄 이유는 영원할 것처럼 찬란히 빛나다가 죽는 점이 인간과 닮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난하던 그 시기에 수영을 시작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할 수 있으면서도 저렴한 운동을 찾은 게 수영이었다.


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p.78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다. 하지만 그 힘들 때가 모두 같은 시기에 오지는 않는다. 10대에 일찍 그런 시기를 겪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4~50대에 느지막이 겪는 사람도 있을 테다. 저자는 20대 후반을 가난하고 치열하게 보냈다. 그 시기를 성장을 위해 껍데기를 벗어던진 갑각류처럼 가장 약해진 순간으로 기억했고, 살아남았다. 가장 힘들던 시기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알아 갔다. 그림 에세이로 공유하는 그런 경험이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사람이 느리다고 도중에 서지 마세요.
속도를 느리게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해요.
그저 빨리만 간다고 잘하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은 철학자 같다.
단지 수영 수업일 뿐인데 열심히 살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내게는 이 모든 말들이 단지 수영을 잘하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p188-190


퇴사하고 1년, 허무와 무의미함을 견뎌내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수영을 배워 상급반에 올라갔다. 그 사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아니지만 지금의 그를 만든 시기일 것이다. 이 경험과 영감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터득한 글쓴이처럼 이 책을 읽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만의 ‘인생을 달리는 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탐색하고, 나를 이해해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터 프레지던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