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민들... 직업, 돈, 성공, 사회적 지위, 사람들과의 관계, 가족의 행복.. 많은 것들이 안정되고 웬만한 것들에 대해 초탈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일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가족들에게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꽤나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50세가 되던 해, 바라고 있던 평온의 일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난 회사에서 퇴직하였고 퇴직 전 준비하던 나의 새로운 직업은 미완 상태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내 일은 꽤나 불안정했다. 그러는 사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설상가상 부부관계에도위기가 오기시작했다. 아이들은 불안해진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24년간 한 번도 끊기지 않았던 월급이 이젠 내가 만들어 가는 수입이 되었고... 그렇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견뎌내야만 했다. 돈을 엄청 많이 벌어서 쌓아놓고 살지 않는 한, 이 불안감은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책임을 놓지 않을 것이기에 갈수록 마음의 압력이 켜져 갔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일은 한꺼번에 밀려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 경제적인 문제로 와이프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는 다른 것 보다 이 두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와의 신뢰를 깼다는 사실이(내 입장에서 그렇다) 내 마음을 산산이 부서뜨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슴 한켠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만큼 난 쓸쓸했고 외로웠고 분했고 화가 났고 후회스러웠다. 이렇게 할 수도 저렇게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인생의 트랩에 갇힌 것 같았다.
왜 나에게 이런 어려움이 생겼는지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했는지.... 알아야만 했다. 난 그저 성실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왜 이래야만 하는지...
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의 근원을 찾고 싶었다. 나는 미친 듯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종교서적과 철학, 명상.... 심리학... 갖은 책들을 몇 년 동안 읽고 또 읽었다. 관련된 유튜브들을 지겨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잠이 들면서도 들으며 해답을 찾으려 했다.
왜 나에게 이런 문제들이 왔는가? 왜 하필.....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가? 잘못 생각한 것은 없는가?
내가 하느님께 벌을 받는 건가?...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어떤 것인가?
우리 가족이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순 없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너무 큰 걸 바란 걸까?
내 목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괜찮은 걸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만큼 강한 사람인가? 성숙한 사람인가?
다시 시작할 이유가 분명한가?
나에게 성공은 어떤 의미인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 인생은 앞으로 얼마나 남은 것인가? 20년? 30년? 35년?..... 생각해 보면 참 짧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가치 있게 살고 싶은가?
무엇이 행복일까?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은 무엇에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살고 싶어서, 행복하고 싶어서,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친 것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의 삶 보다 조금은 더 정리가 되었을 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주위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조금 더 바뀌었을 뿐이다. 난 이제 예전과 같은 동일한 문제가 생겨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예전과 다른 것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그 미흡함을 개선하고자 노력한 것이 아니라
"헷갈리지 않는 심플한 삶을 살기 위해, 평온한 마음과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내 생각과 마음과 태도가 바뀐 것,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선택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의 변화는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된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걸으면서...뛰면서....출근버스에서...그냥 어느 순간에 모든 노력이 조금씩 축적되어 나도 모르게 나에게 다가온 것 같다.
작은 변화의 과정, 생각의 변화는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의 중심이 될 것 같다. 거창하게 말해중심이지만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작은 지침 같은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