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딱히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20대, 30대, 40대를 지나오면서 모두 그때 그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어려움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위기를 넘기거나 흘려보내거나 포기했던것 같다.아무튼 시간이 해결해 준건지 내가 해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걸 보니 어찌어찌 삶의 파도를 잘 넘어온 것 같다.
50이 넘어 이제 어느 정도 정돈된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삶은 나에게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형, 예전에 작은 어머니가 절에 다니면서 한 이야기가 있는데 기억나? 우리는 조상이 후손들을 방해하고 있데!". "응? 조상이 후손들을 돕는 게 아니고?" "뭐가 그런 게 다 있냐~" " 하하~ 재미있네! 후손들이 뭔 잘못들을 많이 했나 보네"
그냥 흘려듣고 웃었던 말인데 어려워질 때마다 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난 잘되면 안 되는 거지? 난 성공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왜 잘 되는 듯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실패하는 거지? 난 좀 잘 잘되면 안 되냐? 돈 좀 많이 벌면 안 되는 거냐?.... 마치 무엇인가 내가 잘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 상황들, 일들.. 모든 것들이 작정이라도 한 듯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모든 문제와 해결책은 내 안에 있었다. 자기계발서에서 지긋 지긋하게 들었던 그 말 "모든 문제의 시작도 나의 내면에서, 해결도 나의 내면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야 진심으로 삶에서 체득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생각의 방향을 틀어보면 인생에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뜻하지 않은 행운도 있었고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다. 좋은 운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도 있었다. 어찌 보면 삶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파도와 같은 것 아닐까.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파도가 어느 정도로 칠지, 언제 잠잠해 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파도에 저항하지 말고 그 파도를 타는 것 뿐이다.
나는 탁구공을 꽉 쥔 상태에서 서브를 넣고 있었다. 공을 찌그러트릴 정도로 꽉 쥔 채 말이다.
찌그러진 공으로 서브를 넣을 수 있을까? 서브를 넣을 때는 공을 손 위에 살짝 올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공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 내 생각도 태도도.... 어쩌면 나는 뭔가를 꽉 쥐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러니 잘 되어도 감사할 줄 몰랐고 안될 때는 세상이 다 무너진 듯한 마음을 갖게 된 것 아닐까. 너무 내 욕망에 치중하다 보니 세상이(사람과 일, 상황 모두) 내가 계획하고 설계 한 대로 되어야만 한다는 무의식이 형성된 것이고 그게 안 될 때나는 그토록 괴로웠던 것이다. 나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마음 깊숙이 깨닫고 있지는 못했다. 누가 모르겠는가 살면서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을 말이다. 나 또한 "알지만 알지 못한 채"로 그냥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계기를 만나게 되어 있고 우리는 그 순간을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인간은 죽을 때까지 미완의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그게 맞는 것 같다. 나 또한 50이든 60이든 70이든.. 계속 실수하고 깨닫고를 반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러한 삶 자체가 정상적인 삶 아닐까 한다.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다만, 어려웠던 모든 순간들, 실수했던 모든 순간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전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순간들이 없었으면 <생각>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50대 어느 아저씨의 삶의 지침"이라는게 개똥철학이 될지도 모르겠다. 삶의 방향타를 여전히 잘 잡고 싶어 하는 한 중년의 몸부림 일지도 모르니. 하지만 뭐 어떤가. 누가 뭐래든 상관없다. 여전히 난 큰 파도를 만나고 있고 파도를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도망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나의 삶은 조금씩 더 심플해지는 것 같다. 또다시 큰 파도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그저 파도타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면 생각과 마음이 좀 평온해지는 것 같다. 거칠게 파도칠 때가 있으면 잠잠해진 바다와 멋진 태양이 우리를 맞이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50이 넘어서야 심플하게 정리된 삶의 지침은 4가지 정도로 말 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살면서 다시 정리되고 바뀔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