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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 이야기 3화:팀원채용

Survival leadership

by 태준열

제가 입사한 지 1~2개월 되었을 때였습니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조직을 파악했고 직원들 스타일 감 잡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인식시켜 준 것 같고... 이제 2차 스텝, 리더 회의에서 보여준 조직개발실의 방향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 팀원들을 채용하는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기존 팀원이 있기는 했지만 팀 업무에 도움 되는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잔존시켜야 할 별도의 이유가 있는 직원이었고.. (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저는 이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우선순위는 나와 핏이 맞는 사람을 제대로 채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빠르게 가 아니라 제대로"였습니다.


사람을 채용하는 데서부터 피곤했다고 할까요? 주변에 왜 이렇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 부서는 이래서 이런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내가 오래 있어봐서 아는데 우리 회사에는 이런 사람 아니면 힘들다... 실장님이 처음이라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을 채용하면 안 된다....


저는 일단 웃음으로 그들의 의견을 다 받아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제 길을 갔습니다.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파악한 이 조직, 이 상황..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출중한 경력도 경험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 이 일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처음 저에게 인사총무과장이 했던 말 "독배를 마시는 자리"가 그냥 했던 말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주변의 간섭이 심했고 업무영역이 분명치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 반드시 있어야 할 부서도 아니었습니다(프로젝트로 새로 만든 부서). 그랬기 때문에 내 커리어를 위해, 내 성장을 위해 싸우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갈 사람 아니면 금방 튕겨져 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계속 나가는 이유를 파악했던 것이고 다른 사람은 그것까지 보지는 못했던 것이죠. 쉽게 말해 우리 부서의 채용은 흔히 말하는 경력직 역량의 기준 보다 "목적"이 분명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조직문화, HRD를 해야 하는 팀원을 채용해야 했고 서류 전형과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기준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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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RD 경력이 아니라도 앞으로 HRD, 조직문화를 정말 해 보고 싶은 사람(부족한 것은 내가 가르치면서 가면 된다. 하지만 커리어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금방 튕겨져 나갈 것이다. 나는 적어도 3~4년을 함께 할 사람을 원한다)

2. 하지만 HR에 대한 경험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말은 통해야 하지 않을까?)

3. 가치관: 왜 직장을 다니는지, 왜 일을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나와 내 삶, 그리고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일에 대한 접근도 생각 없이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평소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어떤 답이라도 괜찮다 자신의 생각이라면) 면접에서 명료하게 답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외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본 것을 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진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기 때문)

4.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에 대한 애정이 있고 또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빠르게 배운다. 배워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리더에게 배우고 동료에게 배우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도 배우고 문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배운다. 자기 성장은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5. 정직한 마음의 소유자: 인사, 교육, 조직문화를 하는 사람은 우선, 정직해야 한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경력, 실력은 좋지만 앞뒤가 다른 사람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흑심을 품은 사람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진정성 있고 정직한 사람이 과정과 끝 모두 좋다. 진정성이 있고 정직한 사람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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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을 상사에게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좀 의아해했습니다. 직무 기준이나 경력, 그리고 경험 등이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대부분 마인드나 태도가 중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제 기준을 관철시켰고 이 기준으로 팀원을 채용했습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팀원은 날이 갈수록 성장했고 저와 좋은 추억을 쌓을 만큼 잘 지냈습니다. 우리는 해 볼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했고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회사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면서 3~4년 동안을 함께 했습니다. 이후 저는 자신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이직하는 팀원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고 더 나아가 이직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 경력 중 채용한 팀원 모두 성공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 팀원도 있었죠. 하지만 확률로 본다면 90%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제 부서 팀원뿐 아니라 인사팀장으로서 타 부서(전사) 직원을 채용할 때도 해당 부서 팀장의 요구사항을 자주 검토하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느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리더의 팀원 채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리더의 팀원 채용에서 중요한 것>


1.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

리더는 채용 포지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팀장은 채용 포지션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을 채용하는 게 맞을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명확성과 자신감,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포지션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채용 직무 요건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채용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많아지고.. 다행히 채용된다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입사자는 나가버릴 겁니다. 조기 퇴직 이유 중 하나는 그 부서 리더의 직무 이해도에 있다는 것입니다. 조기 퇴직하는 직원 대부분은 면접 때 이야기했던 직무와 입사해서의 직무와 현격한 차이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략 포지션을 정하고 대략 요구사항을 만들고 대략 사람을 뽑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단순히 일이 많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한 사람 더 채워 넣으려고 한다면 그건 분명 생각 없는 리더이거나 실력 없는 리더 거나 정직하지 못한 리더입니다. 리더의 포지션 이해도가 이처럼 중요합니다.


2. [포지션 중요성 우선순위]

1번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우리 팀에 오는 사람은 경력과 역량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좋은 회사 출신이면 더 좋고요. 물론 이게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채용하려는 포지션의 중요성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포지션 요건 대한 우선순위를 리더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할 사람을 채용하는데 무조건 경험과 경력을 중심으로 보지 않았던 이유는 "포지션 속성 상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제 부서의 포지션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완성형인 사람보다 목적이 뚜렷한 성장형"을 채용했던 것입니다(1. 목적 중심 2. 인성 3. 직무경험) 완성형은 부서가 처한 상황을 보고 실망하고 도망가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형은 결과보다"경험"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그 경험을 할 수 있게 진심으로 도와주면 결코 도망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어느 때보다 좋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인성면접이 아니라 가치관 면접이다]

사람이 서로 불편해지는 이유는 어떤 것 때문일까요? 성격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성격, 기질은 서로 달라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친구, 부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관"이 다른 친구, 부부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가치관은 곧 그 사람의 인생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이 다르면 서로를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모든 것이 틀어지기 때문이죠. 리더와 팀원 간의 가치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 그때부터 힘들어집니다. 저와 팀원들이 잘 맞았던 이유는 성격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지향하는 가치관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면접을 할 때는 후보자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나와 결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일방적으로 캐내는 면접"이 아니라 "나를 먼저 보여주고 너도 보여주는 대화하는 면접"입니다. 면접이지만 그만큼 편한 상태에서 후보자가 자신을 진솔하게 보일 수 있는 질문과 대화로써 서로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한두 번 만나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리더가 먼저 진심을 보여주면 후보자 또한 진심을 보여주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리더는 밀도있는 면접을 한답시고 거의 취조형태로 후보자를 몰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후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것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면접장이 아니라 검찰청이죠. 참 어리석은 면접관 입니다. 면접관은 캐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4. 그 다음은 일반적인 직무적합도, 직무경험, 지식 면접





마지막으로,

제가 리스크 있는 조직을 세팅하면서 얻은 하나의 교훈이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진심으로 그리고 정직한 마음으로 원하면
분명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포지션 파악과 인재요건에 대한 우선순위가 분명하고 진심이고 전략적일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 이야기 4화>는 "화이트보드가 꽉 차도록" 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Sincerely Media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mathew626/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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