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조직 만들기 #15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지난주 이제 거의 마지막 인듯한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아내, 친구들과 함께 횡성으로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그리 춥지 않은 주말 날씨 덕분에 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얘기하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많은 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시기 바랍니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 #14편에 이어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를 설계할 수 있도록 실무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기존의 평가제도는 과거의 결과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 평가에 의해 조직 내 등수가 정해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앞으로의 성과향상과 미래가치에 대하여 집중하지 못하게 하며 개인에게 부여된 등수(등급)에 따라 조직에 '남거나' 혹은 '떠나거나'가 결정됨에 따라 과거의 성과마저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조직정치에 따라 고과점수가 정해지는 현상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사관리 분야의 거장 피터 카펠리 와튼스쿨 교수는 딜로이트 컨설팅사의 연구를 기반으로 기존 평가제도를 버려야 할 이유를 아래와 같이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제시했다(참고 글: HBR Korea 10월호 104~105P).
1)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딜로이트 직원 6만 5,000여 명이 한 해 200만 시간을 평가에 쓰고 있었고 그중 대부분이 평가등급 조율을 위한 미팅에 소모되고 있었다.
2) 실제 성과를 높이지 않는다
글로벌 설문에 응답한 58%는 평가제도가 조직 성과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3) 평가의 주기와 비즈니스의 주기가 맞지 않는다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 컨설팅업의 특성상 1년에 한 번하는 평가는 비즈니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4) 평가의 주관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평가등급 관련 최대 규모의 연구에 따르면 등급 결정과 관련한 총 변량(Total Variance)의 62%가 평가자에 의해 결정되고 진짜 성과에 연관되는 부분은 총변량의 21%에 지나지 않았다.
이외에도 평가등급으로 직원들을 줄 세우는 방식은 직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이는 심리학에서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로 설명되며 물리적, 감정적 위협 상황이 감지될 때 이성적 판단을 멈추고 원시적 본능에 따라 행동하도록 편도체가 명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좋은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최하위 점수를 받는 경우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이 뛰고 몇 시간씩 멍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업무 전략을 지원하는 기업인 워크 잇 셀프(Work Itself Group)의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이며 미국 메리어트 경영대학원 교수로 오랫동안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활동해왔던 Fake Work(가짜 일 vs 진짜 일)의 저자 브렌트 피터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성과 없이 때만 되면 열리는 회의, 끊임없는 서류 작업,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업무일지, 갈등만 조장하는 회식 등이 '가짜 일'에 해당되며 이러한 것들이 단순한 문제 같지만 너무 많은 근로자가 성과가 나지 않는 가짜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평가의 주관성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평가권자인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상사가 주관하는 회식이나 식사자리에 빠지지 않거나 팀의 중요한 프로젝트보다는 상사가 지시한 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급급해하는 '가짜 일'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외국계 A기업의 영업 1팀은 총 4명으로 Jennifer팀장, Ian과장, Logan대리, Julia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업 1팀 구성원들의 역량, 기술, 지식, 업무태도 등의 모든 지표는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목표 매출액 달성 여부 항목만 인사평가의 지표 변수로 가정하자.
영업 1팀의 '16년 목표 매출액은 5억 원으로 1팀 구성원 개인당 각 1.2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16년 회계연도 말 영업 1팀 매출액은 12억 원으로 1인당 각 3억 원씩의 매출을 올려 기존 목표 매출액 대비 7억 원을 초과한 매출을 기록하여 개인 별로 목표 달성률이 모두 240%에 해당하는 아주 높은 실적을 기록하였다.
만약 회사의 '실적' 평가지표가 아래와 같을 때 팀원 모두는 S+ 등급을 인사평가에서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영업 1팀 모두에게 절대 S+를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A회사의 평가제도는 강제 등급 할당 방식의 상대평가제도로 이는 원래 행동수정(Behavior Modification) 이론에서 출발한 것으로 좋은 성과에는 '강화 제시'를, 나쁜 성과에는 '자극 제시(처벌 등)'를 통해 직원들의 행동을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함이 원 목적이었다.
그러나 강제 등급 할당 방식의 상대평가제도 하에서는 같은 성과를 이루어도 누군가는 항상 하위 점수를 받아야 한다.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였고 그에 대한 좋은 평가를 기대하였으나 최하위 점수를 받은 직원은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될 것이고 향후 해당 직원은 성과를 창출하는 행동보다 평가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직정치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같은 실적을 달성하고 비슷한 역량과 실력을 가진 직원들의 순위를 강제적으로 정해야 하므로 주관적인 평가요소를 추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팀별로 최하위 등급 1명을 강제로 정해야 하는 상부 요구로 인해 직급이 낮은 사원은 뛰어난 성과와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 혹은 D등급을 받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유로 영업 1팀 실적 평가는 S+였으나
이러한 사유로 영업 1팀은 상기 실적평가는 S+이었으나 주관적인 행동지표 평가를 추가하여 팀원들에게 서로 다른 등급 점수가 부여되었고 사원 Julia는 억울하게 가장 낮은 C등급을 받게 된다.
영업 1팀의 팀원들은 과연 이러한 평가 결과를 공정하다고 생각할까? 또한 높은 성과를 달성한 팀원들은 '17년에도 이와 같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까? 이에 대한 답은 여러분께 맡기겠다.
기존의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대평가'의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
절대평가제도는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직원들을 강제로 등급 하향시킬 필요가 없고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고과 점수를 부여할 수 있어 상대평가의 평가의 공정성 및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객관적 직무평가와 360도 다면평가를 접목하여 기존 상대평가제 하에서 분석하기 어려운 직원들의 성과 창출에 기여한 행동 패턴을 통계적으로 추출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채용, 승진, 저성과자 관리, 임원 발탁 등 인적 관리 전략에 유의미한 내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회사에서 절대평가제도 도입을 꺼리는 부분은 아마도 다음 두 가지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중 첫 번째는 '관대화의 오류' 때문 일 것이다. 관대화의 오류는 평가자가 성과가 좋지 못한 피평가자를 평균 점수 이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오류는 객관적 직무평가와 360도 다면평가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직무를 수행하는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모두가 A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경우 인센티브 지급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 것을 우려하거나 모두 승진을 시켜야 하지 않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총매출액 대비 % 비율로 총 인센티브 금액을 결정하는 경우 상대평가에서 A등급 인원보다 절대평가에서 A등급 인원이 보다 많다면 A등급 직원이 받는 인센티브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인센티브는 결정된 급여가 아니므로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고 직원들에게는 '평가의 객관성 담보'를 위한 것임을 이해시킨다면 이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또한 절대평가제라고 하여도 평가요소를 상세하게 구분하고 상대평가제보다 구체적인 객관적 직무평가를 도입한다면 절대평가제 하에서 승진할 수 있는 등급을 받는 직원의 비율이 상대평가제보다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절대평가제도 최종 기준 점수를 조정 가능하므로 승진 가능자 비율이 갑자기 높아지는 결과는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절대평가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직무수행현황 시스템 도입(참고 글: #14 객관적 직무평가 만들기(1))이 필요하며 아래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수행되고 있는 업무 현황에 대한 매니저의 수시적 피드백(면담) 필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원 획득과 관련하여 업무 시작 전과 진행 중 매니저와 수시적 협의 필요
태스크(Task)나 프로젝트(Project)에 대한 오너쉽(Owner-ship)을 명확히 기재
태스크(Task)나 프로젝트(Project)에 대한 협업자를 명확히 기재
단위 업무 완료 시 해당 업무의 협업자 및 관련자의 피드백 또는 첨언(Comment) 기재
단위 업무가 기한 내 완료되지 못한 경우 이에 대한 사유 명확히 함
완료되지 못한 사유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증빙
피평가자의 불만이 있는 경우 이의 제기 가능한 시스템 도입 필요(Ex. 평가위원회 도입)
절대평가제도도 상대평가와 같이 평가 구성요소를 점수화하여 등급 부여 방식으로 적용 가능하다. 또한 강제 등급 할당 방식의 상대평가제도는 등급 비율을 먼저 정하고 직원들의 고과점수에 따라 등급을 할당하는 연역적 방식으로 볼 수 있으며, 상당한 난이도의 설계가 될 수 있겠지만 절대평가제도도 평가 구성 항목을 세분화하고 점수대별 통계적 분석을 통해 귀납적으로 등급 비율을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내외적 요인에 따라 유의미한 통계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등급 비율 조정을 매 년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절대평가제도의 도입 취지가 '순위'를 정하는 것에 있지 않으므로 상기 등급 비율을 조정하는 번거롭고 어려운 조정작업보다는 'Pass or Fail System'으로 성과 창출을 위한 최소 점수 기준을 설정하여 기준보다 높은 점수대 직원과 기준보다 낮은 점수대 직원의 인적자원관리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보다 현명해 보인다. 'Pass'한 직원 중에서도 점수대 별로 승급 가능, 불가능, 임원 후보 등으로 구별할 수 있고, 'Fail' 점수대 직원은 별도의 교육과 소정의 육성 기간을 거쳐 n번의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소속의 안정감을 주어 직원들의 Loyalty를 높여줄 수 있으며 보다 장기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내/외부적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최소 점수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회사에 필요한 직원들의 역량과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 기준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Pass' 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예시 1>
< 예시 2_내부 인력 개발을 위한 기준 상향>
그렇다면 최종 고과점수를 구성하는 평가요소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평가요소의 구성은 회사, 사업부, 팀, 지역(한국 vs 미국) 별로 각각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요소 구성 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아래는 영업본부 팀원과 인사본부 팀원의 평가요소의 가상적인 예시이다.
위 표에서 '개별'은 각 본부에서 직접 평가하는 것을 말하며 '공통'은 전사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개별 요소에는 객관적인 결과값인 실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실적은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원이 조정할 수 없는 외부 변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분류가 필요하다.
영업본부는 매출을 직접 발생시키는 본부이며 인사본부는 이를 지원하는 곳으로 두 본부의 성격이 다르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실적 요소도 명확히 구분된다(계약 건수 vs 프로젝트 건수).
또한 업무수행률은 전편(#14 객관적 직무평가 만들기(1))에서 확인한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이나 기술은 무엇인지, 업무상 강점이나 약점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직무역량을 평가받는다.
공통역량에서는 전사 통합적으로 적용 가능한 역량 즉 핵심가치, 관리/보유/상위직 무역량, 언어능력을 평가한다.
이들 평가요소의 총합을 100으로 보았을 때 각 구성요소들의 비율은 경영진-본부-팀원 의견을 조율하고 합치시켜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16편에서는 절대평가를 위한 행동역량 평가 시 주관적 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방법과 360도 다면평가의 활용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입동도 지나버려 이제는 점점 추워지는 겨울이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합니다.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ee U Next Wed.
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
상단 이미지 출처: 이글루스 (http://egloos.zum.com/homa/v/179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