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 지금도 흐른다! 848
초롱초롱 박철홍 지금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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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섹스의 진화는 죽음, 그리고 수컷 무용지물화 에 대하여 ㅡ
오늘은 어제 올렸던 '일부일처제' 유래에 관한 글을 더 업그레이드 해서 들고 왔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정치 등 복잡한 이야기들로 꽉 막힌 머리, 가볍게 웃으며 읽어보시라고, (내용은 은근히 묵직합니다만 ㅎㅎ)
'진화'와 '섹스', '죽음', 그리고 ‘수컷’ 이라는 존재의 '슬픈운명'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혹시 아셨나요?
'짝짓기' 때문에 '죽음'이 생겼다는 사실을...
지구에 최초로 생명이 나타난 이래, 약 5억 년 동안 생물들은 짝짓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암수’ 구분 없이, 그냥 자신을 복제하며 '무성생식'을 했습니다.
'무성생식'이란 아메바처럼, 나눠지고, 또 나눠지고… 똑같은 유전자가 끝없이 이어지는 <영원불멸의 삶>이었죠.
그들에게 이때까지는 <죽음>이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자신과 완전 똑 같은 유전자를 복제해 살았기 때문에 '죽음'이 무의미했던 것 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암ㆍ수 구별이 생겨난 돌연변이가 나타나
생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서로 유전자를 나누는 짝짓기,
즉 '유성생식'이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생명체에
'죽음'이라는 숙명이 생겨납니다.
더 이상 복제가 아닌 ‘유전자 교환’이 생식의 방식이 되면서,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다하고 사라져야 했습니다.
즉 유전자를 남기고, 역할 마치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이죠.
그렇게, 이 세상에 '죽음'이 생겨 나게 된 것입니다.
억겁의 세월이 흐른 뒤, 진화를 거듭한 끝에 나타난 '호머'라는 종은 마침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이어가기 돌연변이로 생겨난 '유성생식'은 아이러니 하게 죽음을 향한 여정였음을...
'짝짓기'는 처음엔 단지 생존본능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위는 점차 변질되어 '쾌락'이라는 두 번째 목적을 얻습니다.
욕망은 생명을 넘어서고, 육체는 본능을 벗어나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원불사'를 포기한 존재가 된 후, 짝짓기 행위가 너무 공허했기에, 인류는 그 빈자리를 '쾌락'으로 채우려 했던 걸까요?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쾌락을 동반한 섹스를 하는 동물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이 특별한 행위를 하는 생물은 <인간, 침팬지, 보노보> 단 세 종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침팬지' 암컷은 평상시엔 거의 모든 수컷과 섹스를 합니다.
그 이유는, 수컷으로 하여금 자신이 낳은 새끼가 자기 유전자 라고 착각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침팬지 수컷은 경쟁자 새끼를 보면 가차없이 죽여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번식기 에는 가장 강한 수컷 하나만을 선택하여 짝짓기합니다.
한편, 우리 인간과 가장 비슷한 성적 행동을 보이는 동물은 바로 '보노보'입니다.
보노보는 '섹스'를 '생식'이 아닌 사회적 관계로 사용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수컷과 암컷 대표가 나서서 공개섹스를 하고,
그 행위가 곧 평화의 상징이 되어 두 집단은 조화롭게 어울리게 됩니다.
이에 반해 '침팬지'는 갈등 시 폭력 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처럼 '보노보'는 말 그대로 '프리섹스'의 대가들입니다.
그 섹스의 자유로움은 어쩌면 구석기시대 인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수컷들 생식의 세계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또 가혹합니다.
동물세계에서 대부분 수컷은 암컷 보다 크고 아름답게 진화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짝짓기 경쟁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입니다.
<수컷의 진화는 곧 '유혹'의 진화 이기도 합니다.>
"긍께로 바람 잘피는 수컷들에게 너무 머라 하지마세요잉. 진화가 덜 된 수컷본능에 충실한 것 뿐 이니까요잉?"
여성들에게서 "비겁한 변명이야" 소리와 함께 돌 날아 옵니다잉^^
그래서 본능에 충실한 슬픈수컷들 운명에 대해 안타까운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한 파리 종류는, 암컷에게 짝짓기 청하려면 벌레를 선물로 바쳐야 합니다.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만 짝짓기가 가능 하거든요.
그래서 수컷은 최대한 크고 맛있는 벌레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큰 벌레를 잡기 어려워 지자, 몸에서 나오는 진물로 작은 벌레를 예쁘게 포장해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수컷은 그 포장 안에 아무 것도 넣지 않기도 하죠.
(제비족 같은 수컷이랄까요?ㅎ)
그리고 이제부터, 슬픈 수컷의 진짜 비극이 시작됩니다.
최근 '성의 자연사' 라는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은 ‘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슬픈 수컷의 종말을 다룹니다.
이 책 결론은 충격적입니다.
<진화가 완성되면 수컷은 무용지물이 된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 '따개비'는 암컷 몸 안에 기생충처럼 들어가 붙어 사는 아주 작아진 수컷입니다.
- '수컷 사마귀'는 첫 섹스에서 곧바로 암컷에게 잡아먹힙니다.
- '아귀 수컷'은 암컷 몸에 이빨을 박아 한몸이 되어 평생을 붙어살며 의존합니다.
- '여왕벌과의 교미 후 수컷벌'은 생식기를 터트리며 산화합니다.
- '호랑거미', '각다귀' 수컷 역시 교미 중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운명을 가집니다.
- '아텔로푸스 개구리' 수컷은 교미 후 무려 6개월간 그 자세를 유지하며, 경쟁자의 접근을 막습니다.
- '두더지'와 '들다람쥐' 수컷은 자신의 생식기 분비물로 암컷 생식기를 틀어막아, 정조대를 대신합니다.
이 모든 사례는 수컷 짝짓기 진화 끝이 얼마나 가혹하고 비극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진화는, 아예 수컷 없이도 번식 가능한 ‘처녀생식’ 으로 이어집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처녀생식 생물은 무려 약 1,000종에 달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짝짓기 진화의 최첨단에 선 존재들입니다.
자, 그럼 우리 인류는 어떤 방향 으로 가게 될까요?
만약 인간이 환경에 완벽히 적응 하고, 더 이상 진화가 필요 없게 된다면…
며칠 전 내가 올렸던 글처럼 인류가 <호머AI>로 변종된다면
정말 인간 수컷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님 섹스에 더 쾌락을 담으려 할까요?
제 생각은 '호머AI'는 섹스보다 더 즐거운 쾌락을 만들어 내서 안타갑지만 섹스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수컷의 무용지물화'!
그래도 저는, 6개월 동안 사랑을 지키는 아텔로푸스 개구리 수컷이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ㅎㅎ
이 모든 <섹스의 진화 이야기>
조금 엉뚱하면서도 경이로운 이 이야기는 우리 인생 무게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성의 진화>를 들여다보면,
오늘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극과 희극도 그저 커다란 흐름 속의 작은 점에 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