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마음을 정화해봐요
갑작스러운 눈
잔잔히 소복하게 내리던 눈이
갑작스레 다급히 내린다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 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나 보다
계속 참고 또 참았나 보다
오래 동안 묵혀놓은 거대해진 눈덩이들을
떠내려 보내지 못해 참았나 보다
그래 눈아
이제라도 마음껏 내리렴
그동안 내리지 못해 답답했던
여기, 지금 내 곁에서 내려주렴
온 마음으로 안아줄게
너의 차갑고 굵은 눈발들을
억울함에 서려
차마 입밖에 꺼내지 못한 응어리진 한을
오늘, 지금 이 순간 마음껏 쏟아내렴
그러면 온 세상이 조금이라도
알아주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