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것을 되돌아보게 하고, 별 의미를 두지 않던 것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내가 사는 주변의 오래된 가옥은 재정비 대상처럼 보이면서 여행지의 오래된 가옥은 고풍스럽다. 집에서는 내다 버렸을 낡은 물품는 빈티지가 된다.
늘상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겐 힘든 일상의 경사진 골목길도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이국의 아기자기한 골목이 된다.
복잡함은 생동감 넘치는 낭만이 되고, 쓸쓸함은 고즈넉한 운치가 된다. 지루한 일상이 평화로운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유치해 보이던 꼬마기차도 한번쯤 타야 될 거 같은 충동을 주는 게 여행이다.
그러고 보니 몬산투와 같은 고산지대가 아님에도 돌벽 집이 자주 눈에 띈다.
올드타운이 호기심을 유발한다면 뉴타운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Casa da Musica. 직역하면 음악의 집, 콘서트 홀이다.
언뜻 보면 성곽 혹은 성당으로 보이는 이곳은 실내 시장으로 농산물을 비롯해 지역 음식과 의류 등도 판매한다는 점에서 서울 양재동의 대형 하나로마트와 비슷한 개념이라 생각하면 무난하겠다. 차이점이 있다면 문화공연도 열린다는 점.
뭔가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있으면 신기하면서 반갑다.
포르투 성당 앞을 지키는 비마라 페레스 (Vimara Peres).
9세기 이베리아 서부 갈리시아 공작인 그는 포르투와 도우로 강 지역의 무어인을 정복한 후 포르투갈 백작으로 임명됐다.
유럽의 귀족 등급은 공작 - 후작 - 백작 - 자작 - 남작 순이다. 5등급 작위 중 공작은 왕이 임명할 수 없는 왕과 동맹 수준의 거의 동격이고 백작 이하는 왕이 임명하는 완전한 왕의 신하 격이다. 그런데, 공을 세운 공작이 왜 급의 개념이 다른 백작으로 임명됐을까. 당시 갈리시아가 포르투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국력이 약했나..
가까이서 보니 투구와 갑옷의 형태와 문양이 우리 역사 속에서 본 것과 유사하다. 혹시 이 분.. 을지문덕 장군의 후예?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어디서 무얼 먹을까..
마지막이니 만큼 편한 곳에서 편한 음식을 먹고 싶어 포르투 첫날 찾았던 Concept 31을 다시 찾았다.
비가 오니 숙소와 가깝다는 이점도 있다.
마지막 식사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확실했던 문어요리로.
첫날 우리에게 신뢰를 심어줬던 직원 Andre가 우리를 알아보고 반가워 하더니, 자기네 식당을 다시 찾아준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라며 포트와인 두 잔을 내준다. 왜 이렇게 들 친절해..
Thanks Andre~
리스본 산타 후스타 호텔 레스토랑의 Olga, 페냐 가르시아 숙소 Casal de Serra의 Isabel과 Antonio, 브라가 일식당 Otsu Biru의 셰프와 여직원, 그리고, 포르투 Concept 31의 Andre까지.
이국에서 맺은 짧은 만남에 누군가를 기억 속에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축복이다.
2001년 배낭여행시 하이델베르크 호프 하우스에서 만났던 피아니스트를 17년후 하이델베르크의 다른 호프 하우스에서다시 만났 듯, 이들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그걸 기적이라 여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