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백숙 ‘조조한우소머리국밥’ㆍ막국수·감자전·수제두부 ‘생곡막국수'
머리수육·토종닭백숙 ‘조조한우소머리국밥’
막국수·감자전·수제두부 맛집 ‘생곡막국수’
관심 분야가 음식인 만큼 식당에 가면 모바일폰으로 음식 사진 담기에 열심이다. 반찬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찬을 먼저 찍고 메인을 찍는다. 그리고 메뉴판과 식당 외관을 담는다. 식당 외관은 잊을까 봐 들어가기 전에 찍는 경우가 많다. 메뉴판의 가격 정보는 음식의 가성비를 확인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식당 외관(익스테이러) 역시 음식 맛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소비자에게 기호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이렇게 담은 사진은 칼럼에 극히 일부만 사용되고 모두 기억 저편으로 밀려난다. 매주 지면 한 면을 채우던 칼럼이 격주로 바뀌면서 빛을 보지 못한 맛집이 더더욱 늘어났다. 이번 칼럼은 놓치면 아쉬운 식당 몇 곳과 그곳에 쌓인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다.
추억#1. ‘아름다운서당’과 정병석 이사장
‘아름다운서당’이라는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서울시 비영리사단법인이 있다. 한양대 석좌, 특임교수를 지낸 정병석 한국과학기술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인성과 자질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리더 덕목 3C를 지향한다.
먼저 성품(Character)은 문학, 철학, 역사, 문화, 예술, 사회, 경제, 과학기술 분야를 망라하는 동서양 고전을 익혀 인문학적 교양을 키우고 글쓰기, 말하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두 번째 능력(Competence)은 엄선된 사회과학서 또는 경영서를 리뷰하고 사회적 이슈와 경영실무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리더십과 문제 해결능력 함양하는 것이다.
세 번째 소명의식(Commitment)은 자신보다 힘든 상황의 이웃을 돕는 것으로 주 4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이 모든 것을 ‘아름다운서당’에서 무료로 가르쳐준다. 서울 및 경기, 인천지역 소재 대학 2·3학년(전공불문)이 주 대상이다. 매주 토요일을 온전히 할여해야 한다. 그나마 1년짜리를 6개월 코스로 줄여 부담을 줄였다. 진로지도와 취업상담까지 해준다니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방배역 인근 ‘조조한우소머리국밥’이란 식당에서 정 이사장을 뵙고 ‘아름다운서당’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드디어 YLA(Young Keaders Academy) 18기 원서 접수 기간이라 널리 알린다.
정 이사장의 40년 가까운 단골집 ‘조조한우소머리국밥’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원조조조사철탕’이란 낡은 간판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개고기 식육 문화가 쇠퇴하면서 한우 머리고기와 토종닭백숙 전문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사철탕을 완전히 메뉴에서 뺀 것은 아니다. 식당의 번성을 도왔던 ‘역전의 용사’는 여전히 단골들 성화로 서브메뉴에 이름을 롤리고 있다.
이날은 소머리와 우설이 적당히 섞인 수육이 먼저 나왔다. 배추김치, 파김치, 깍두기는 모두 여사장님이 손수 담갔다. 특히 숙성된 포기김치를 들고 나와 맨손으로 길게 찢어주면 입안에 침샘이 폭발한다. 묵은 된장으로 만든 쌈장 맛은 혀끝에 까끌하게 스며들면서 웅숭깊은 시간의 맛을 선사한다. 전남 영광 바닷가 출신 미식가이자 식도락가 정 이사장의 입맛을 40년 가까이 붙잡았으니 대단한 손맛을 가진 곳이다.
토종닭은 어찌나 큰 것을 삶았는지 닭다리가 어린 양다리만 하다. 잘 삶긴 다릿살을 결대로 찢어서 능이 육수에 빠트렸다 건져 먹으면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아미노산이 풍부한 토종닭백숙은 더운 여름철 여름 나기 보양음식으로 최고다. 능이육수에다가 찹쌀밥을 넣어 한소끔 후루루 끓이면 맛있는 닭죽이 되고 밥을 그냥 새콤한 김치에 싸 먹어도 일품진미다.
2차는 정 이사장님 손에 이끌려 근처 댁으로 가서 이슥토록 아름다운서당 이야기를 이어갔다. 올해도 인성 좋고 근면한 학생들이 들어와 우리나라 미래를 이끄는 동량지재가 되길 기원하면서 나중을 기약했다. 좌식에 낡고 좁은 곳이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노포다.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토종닭백숙 번개모임을 추진해야겠다.
추억#2. 살둔산장과 장용동 상임대표
지난 4월 실로 오랜만에 강원도 홍천 살둔산장을 찾았다. 살둔산장은 한국주거복지포럼 용동 상임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고즈넉한 산장이다. 살둔은 ‘살만한 둔덕’으로 해석되는 은둔과 힐링의 ‘멍때기리’ 좋은 공간이다. 그만큼 오지인 데다가 산과 물이 좋다. 서울보다 봄이 딱 한 달 늦게 찾아온다. 지난 4월 서울은 꽃이 모두 진후 찾은 이곳에는 그때서야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일간 아시아투데이에서 부동산전문기자를 거쳐 대기자(부사장)까지 거친 장 선배가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를 맡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처럼 주택문제가 불확실성 시대에 보편적 주거복지를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정책대안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포럼은 지속가능한 주거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입안에 기여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저출생 5대 핵심(돌봄·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비용경감, 건강) 기반 ‘주거복지 및 주거서비스 영역 전문성 강화’를 주제로 주거복지미래포럼을 열었다. 정 상임대표는 토론 좌장을 맡아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힘썼다.
살둔산장을 갈 때면 꼭 들르는 식당이 있다. 바로 막국수와 감자전이 맛있는 ‘생곡막국수’다. 2019년 막국수 7000원, 감자전 1만원, 촌두부 7000원 하던 것이 각각 9000원, 1만1000원, 9000원으로 올랐지만 이 정도면 요즘 같은 가파른 외식물가 상승에 비하면 ‘양반’이다.
여전히 막국수와 동치미, 백김치와 무김치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압도적 크기와 맛의 감자전, 입안에서 녹듯이 부서지는 촌두부, 맛을 돋우는 적절한 간장양념, 좌식을 걷어내고 입식화하면서 깨끗해진 인테리어 등 지난 방문 때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나아졌다.
감자전은 가격 대비 크기와 맛이 가히 전국 넘버원이다. 예전엔 한 테이블당 감자전 1장만 주문할 수 있었는데 이젠 테이크아웃까지 무한정받아낸다.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발전했다. 강원도 음식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식후에 살둔산장에 도착하니 장 상임대표는 1박2일 동안 몸소 우리 일행을 이끌고 인근 산야로 답사를 시켜줬다. 특히 이튿날은 양양 낙산해수욕장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홍천 내면 은행나무길, 구룡령백두대간길 등을 들르면서 살둔산장을 줄기는 법을 알려줬다. 산장 앞밭에는 쑥과 냉이가 지천이었는데 이를 채취해 쑥전을 부치고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었던 맛이 그날의 추억과 함께 소환된다. 맛은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