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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호랑이 Oct 02. 2017

미니멀리스트의 아침

적게 행동하고 더 많이 행복해지기



글쓰기.

반복해오던 일정, 무심코 습관적으로 해오던 행동들을 모두 멈춘 후 나에게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맞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옮겨 적고 나면 더 이상 글로 적은 내용에 대해 생각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았다. 모든 걸 멈추는 과정에 있어서 모든 활동을 중단했지만 머릿속의 생각이 멈추지를 못했다. 머릿속의 생각들을 메모로 옮겨 적었고, 그럼에도 그 생각들이 멈추지 않을 때면 책상에 앉아 그 메모들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이 글로 옮겨지는 동안 나의 생각들은 확신 혹은 착각으로 정리되었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면 마음이 개운하고 가벼워져 다음 활동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의 발견.

아침에 일어나 말끔히 이불을 갠다. 마치 이불의 모양이 오늘 하루가 어떠한 모양일지를 말해줄 것 같아 다소 조심스럽고 정성스레 개어본다. 창문을 열어 아침 햇살을 집으로 초대한 후 주방으로 가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를 올린다. 다시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구름의 속도를 재어 본다. 어느새 커피 향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에스프레소를 잔에 옮겨 담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해본다. 책상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켜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감사와 동기부여로 가득 찬 아침. 수년간 하늘은 이토록 파랬을 테고 햇살도 이토록 따스했을 것이다.



행복한 순간들에 집착하기.

하루라는 시간 안에 더 많은 것들을 구겨 넣다 보면 결코 아침의 햇살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 그동안 나에게 커피는 그저 아침의 찌뿌둥함을 깨워주는 현대인의 일종의 마약 같은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는 순간이 괜스레 좋았다. 왠지 이불을 이쁘게 개고 나면 내 하루가 이뻐질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모카포트에 옮겨 담을 때가 괜스레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의 풍경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순간이 마냥 좋았다.


한 달의 한 번씩 꼬박꼬박 받았던 월급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안정과 행복의 순간이었다.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모아 하루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켜고 SNS를 확인하거나 뉴스를 읽지 않는다. 눈을 뜨면 내가 행복한 순간들을 느끼는 행동들을 기계처럼 시작한다. 이제 이 일련의 과정이 모두 마무리될 때 즈음 온화함과 안정감, 행복함으로 가득 찬 기분을 반사작용처럼 받게 되었다.



언젠가는 또 이러한 순간들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잊어버리게 될 지도. 다만 훗날 다시 이런 순간들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에 이 감각이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 저 넓고 광활한 푸른 바다를 보아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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