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감정 변화
백수가 되고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감정 변화일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평온, 우울, 초조, 행복, 긴장, 안도, 자신감을 넘나 든다.
주로 반자동적으로 움직여왔던 시간들. 나도 모르게 내 몸과 정신이 어느 특정한 패턴에 익숙해져 버린(혹은 길 들여 저버린) 것들이 있었다.
아침 9시 출근, 6시 퇴근.
내 개인의 삶은 그동안 회사를 중심으로 해서 출근 전과 퇴근 후라는 2가지 시간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내 삶에 회사가 얼마나 거대하게 자리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회사는 내일 무엇을 할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곳엔 언제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잠자리에 들거나 아침에 눈을 뜨면 반자동적으로 회사에 일단 가게끔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불쌍한 일상이었는가 라는 생각과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지금 이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상도 사람도 없다는 우울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관성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을 때 처음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 4시간 그리고 2시간 이렇게 점차적으로 줄이면서 회사라는 거대한 일상이 나에게 벗겨져 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오는 관성. 정말이지 외부로 부터의 힘, 아무도 출근하라는 사람이 없는데도 출근이 하고 싶어 지는 마음이랄까. 자꾸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마음이 든다.
이런 감정 변화를 겪을 때마다 나의 뇌는 본능적으로 이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나에게 여러 가지 주문을 넣는다. "어서 새로운 회사를 찾아야 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같은 처지의 있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지?"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갑자기 오늘부터 새로운 일을 찾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았다.
완전히 멈추기
그런 관성의 시간들을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평온한 상태가 온다. 완전히 멈춘 것이다. 나의 모든 오감이 활짝 열리면서 비로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들이 생겨 난다. 아침의 동이틀 때즘 시작되는 새소리, 청량한 빗소리 그리고 그 빗소리를 시원하게 가르는 자동차 바퀴 소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 나무의 나뭇잎이 너무나도 기분 좋은 초록색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 한켠에 기분 좋은 초록색을 새로 정의하기도 한다. 샘물이 솟아나듯 터져 나오는 모카포트의 향긋한 커피 향이 전해주는 안정감과 에스프레소 잔에 그려진 오묘한 문양에서도 누군가 이것을 만들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과 여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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