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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Jan 14. 2024

흐트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중심 잡기

영감요가 Ep.1  


요가는 마음이 조급해지는 순간 무너진다. 스스로 방향키를 잡지 않고 선생님을 좇다 보니 허둥지둥 팔다리만 휘젓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어떤 움직임이든 좋습니다. 이끄는 대로 가세요.

마음이 하고 싶은 속도와 방향에 맞춰 몸은 저절로 따라갈 거예요."


매트 위 모든 나를 허용하자고 다짐하는 순간, 방향키는 다시 내 손에 쥐어진다. 흐트러지지 않게, 천천히 코어에 집중하기. 그제야 움츠러든 어깨가 펴진다.


밀도 있는 몰입은 자유를 만든다. 전방을 향해 날카롭게 뻗는 손가락, 쓰러지지 않도록 바닥을 지탱하는 두 엄지발가락, 있는 힘껏 오므려보는 갈비뼈. 외부 시선에 벗어나 내 몸에 집중할수록 육체는 자유로워지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몸 안팎으로 감도는 너그러움에 코끝마저 시큰하다. 이제야 진짜 새해를 맞는 기분이다.


아침 8시 15분, 마지막 합장을 끝으로 새로운 아침이 열린다. 정돈된 몸과 마음으로 매트 밖 일상으로 나설 준비를 한다.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쓰이지 않는 문장을 붙드는 삶. 현실은 변함없이 정신없고 복잡할 테다.


문득문득 손안에 들린 방향키를 놓고 싶을 때마다 오늘의 요가를 기억해야겠다. 힘들수록 집중하기. 그 단단한 집중 안에서 나만의 자유와 평안을 찾을 것. 나마스떼.     



함께 들으면 좋을 오늘의 추천 BGM은

요가 첫날, 첫 귀에 반했던 Tom Adams의 Static입니다. 평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7bXwi8XLx1s?si=J4ZJhYKhm7txoE5R




지난해 갑작스레 건강이 무너진 뒤로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7시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수련원을 향하는데요. 이제 막 걸음을 뗀 초보라 선생님과 주변 수련생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기 바쁘지만, 매 시간 배우는 게 많아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0 이하로 떨어진 체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은 물론, 상념에 절여진 머리를 비울 수 있어 심신이 단단해지더라고요.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60분, 그 사이 몇 번의 심호흡을 반복하고 굳어진 근육을 움직이다 보면, 합장하는 마지막 두 손에 값진 배움이 담겨있어요. 그 결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요가일지로 종종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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