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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Feb 09. 2024

모닝 러닝한 나, 어떤데

밑미 12km 달리기 리추얼(1)


오늘 뛴 거리: 3.04km


1. 아침 7시. 한치의 오차 없이 알람이 울렸다. 어제 새벽까지 야근한 탓에 몸이 천근 만근인데, 2분 정도만 봐주지. 그래도 '달리자'자는 약속이 생겼으니,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나, 조금 멋진지도!


2. 7시 10분. 어제 온종일 내린 눈 덕에 한강 틈새로 얕은 눈 이불이 덮여있다. 주변에는 강의 줄기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떼는 할아버지,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반려견과 마주보며 달리는 청년, 사이 사이 놓여진 간이 화장실을 쓸고 닦는 관리인들까지. 역시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세상은 역시 늘 몇 걸음 더 빠르게 움직인다. 열어둔 패딩 점퍼의 지퍼를 올리며 으쓱했던 어깨를 재빨리 감췄다.


3. 왼발이 바닥에 떨어지는 박자에 맞춰 '후'. 규칙적으로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는 호흡이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정신이 한강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걸음을 딛을 때부터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컬럼의 제목을 생각했다. '오해와 진실 3가지!' '당신이 몰랐던 충격적인 진실?' 아, 뭐가 낫지. 말들은 불규칙하게 뱉는 호흡을 따라 몸 밖으로까지 배출되는 듯 했다. 선택받지 못한 단어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버려졌다. 강 주변의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하고, 입김과 엉켜 하늘 위로 흩뿌옇게 사라지기도 했다. 여태 퇴근하지 못한 마음을 들고 뛰려니 몸이 무거워 결국 2km 중반부턴 걷뛰를 하게 됐다.


4. 이게 맞나? 상쾌한 아침을 망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즈음, 한강 위로 일렁이는 윤슬이 보였다. 아침 러닝을 좋아하게 해준 보석 윤슬. 한동안 몸이 아파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윤슬과 오랜만에 만났다. 그제서야 러닝을 하는 내가, 간만에 활기를 되찾은 근육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의 움직임을 만끽하고 싶어요!' 수줍게 전했던 밑미 선언이 일의 조각들을 내쫓고 마음 안에 들어섰다. 마음이 비워지니 호흡도 규칙적으로 돌아온다. 3km까지 남은 거리 0.5km. 거리는 짧지만 가장 기쁜 마음으로 달렸다. 꿈틀대는 종아리 근육, 찬공기에 쭈뼛 선 머리카락, 꼭 움켜쥔 손까지. 움직임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마무리하는 아침이다. 이런 나, 다시 기특한지도!



여러분 밑미라는 리추얼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글쓰기, 운동, 명상, 음악 공유 등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3주 간 해당 주제에 관련한 리추얼을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2월이 됨과 동시에 2개의 리추얼에 참여하게 됐어요. 하나는 일 회고, 또 하나는 달리기와 글쓰기. 매주 평일마다 리추얼을 하고 인증하는 게 정석이지만, 현생에 찌들어 성실한 참여는 하지 못하더라도, 틈틈이 시간을 내 무언가 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이런 의지가 제게 생겼다는 게 가장 뿌듯해요.


리추얼 멤버들과 나누는 일과 달리기에 관한 단상, 브런치에도 함께 공유하려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여러분의 일상에 도움되는 게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설 연휴 시작되었는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안한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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