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안 Mar 01. 2024

기대되는 고통

영감요가 EP.3


저희 남편은 고통을 기대한다고 하더라고요.
누를 때 아파야 몸이 나아진다는 걸 아니까요.

오늘 낮 오다카 수업에서 한 수련생이 한 말이었다. 우리는 지난 주간 굳어있던 몸 이곳저곳을 풀기 위해 지압을 하고 있었다. 작은 공으로 햄스트링을 지그시 누를 때 찌릿하게 다가오는 고통 때문에 나는 악 소리조차 지를 수 없던 터였다.


그 수련생은 종종 남편의 다리를 마사지해 준다고 했다. 받을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몸의 변화를 알게 된 후로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틈틈이 몸에 가해지는 고통 덕분에 그의 다리는 편안함을 찾았고, 아내에게 지압점을 물은 뒤로는 직접 관리한다고도 했다.


통증뿐인 지압에 식은땀이 흐르던 찰나에, 그녀의 말은 햄스트링에 뻗치는 아픔보다 더 지릿하게 다가왔다. 고통이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의미 있는 고통은 환영받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송곳 같았던 공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다리 양쪽 햄스트링을 몇 분 간 짓누르니 모서리도 없는 공이 뭉툭해지는 듯했다. 즐거울 순 없어도 가치 있는 결과가 따라온다는 걸 인지하니 고통이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뭉친 근육과 고인 혈액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지압 덕에 고통이 근사해진다.


남은 수업 시간 동안, 고통이 기대되는 일들을 생각해 봤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창작의 고통, 내 마음 같지 않은 인간관계, 더디게 낫는 질병 등. 이 괴로움에서 나는 무엇을 얻는가. 지난한 퇴고 끝에 만나는 쓸만한 문장, 용기 있는 대화로 알아가는 친구의 속마음, 건강한 식단으로 좋아지는 건강 지수까지. 고통스러운 만큼 확실하게 돌아올 결과에 무게중심을 두면 고통이 무섭지 않다. 이제 고통은 기대되는 이벤트가 된다.


끝인사를 나누며 몸에 오른 생기를 느꼈다. 이 생기를 얻기 위해 1시간 반의 통증을 인내한 힘으로, 3월도 잘 지내보자고 약속해 본다. 당장 몇 시간 뒤에도 괴로움은 찾아올 수 있겠지만, 시선을 멀리 두고 다가올 좋은 결실을 기대해 보기로.  



오랜만에 만난 2월 29일까지 착실하게 보내고, 3월을 맞이했습니다.

벌써 한해의 2달을 보낸 여러분의 몸과 마음 상태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땅 속 깊이 숨겨진 씨앗들도 꿈틀대기 시작하는 계절이 온 만큼

아직 웅크리고 계시다면, 이번 달은 조금 용기 내어 움직여보시길 바라요.

움직이는 게 고통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비워지더라고요.

정화되는 심신을 기대하며, 기분 좋은 몸의 움직임을 느껴보실 수 있는 한 달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보려구요..! 


매거진의 이전글 쓰디쓴 요가에도 단맛이 올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