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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는 곳, 나는 갈 곳이 없다.

그럼에도 마음이 닿기를

by 동동이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국이 근로자들입니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는 시간에, 그들은 세상 거리로 조용히 나옵니다. 만리타향에서 명절을 맞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세상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 같습니다. 먼 이국에서 온 그들에게 명절은, 아마'고향의 부재'를 선명히 느끼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또 다른 시선으로, 연휴 기간 혼자 다니는 청소년들을 보면 마음이 푹 잠깁니다.


카페 구석에 앉아 조용히 음료를 마시거나, 편의점 의자에 앉아 인스턴스 음식을 먹는 아이들.


집이 있지만, 그곳이 마음 편히 머무는 집은 아니겠지요. 연휴가 시작되면 인스타에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 올라옵니다. 그럴 때 예전 한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명절만 되면, 나만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아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엄마와 딸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은 부러움일까요, 원망일까요, 아니면 체념일까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담겨 있었겠죠.


명절은 흔히 '가족의 시간'이라고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고독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명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명절의 의미는 어쩌면, "누구와 함께 있느냐"보다 "누구의 마음을 기억하느냐"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을 기억하고, 잠시 멈춰 선 누군가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일, 내가 건넨 작은 온기가 누군가의 하루를 비추고 그 따뜻함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 일, 이번 명절 그 마음이 세상으로 번져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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