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되는 건 1도 없어

넋두리 다이어리 25

by 리쌩전


‘자동화’라는 말처럼 매혹적인 것이 또 있을까. 가만히 있어도 일이 되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일. AI가 이렇게 각광받는 것도 약간 비슷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알아서 잘 되길 바라는 것. 일을 하다보면 역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꼭 하나 하나 알려줘야 하냐. 알아서 잘 할 수 없냐. 흔한 이야기다. 이런 말을 듣다보면, 해결책이 있지만 상황과 사람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느껴진다. 꼭 그런가 싶다. 알아서 되는 건 없다. 무엇이든 애쓰고 노력하고 간절해야지만 겨우겨우 가까워지는 것이다.


1.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흘러갈 때가 있다. 나는 한 4년 넘게 습작을 해오고 있고 여러 수업도 들어보았는데,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꾸준히 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 꾸준히 쓰는 것, 반복적으로 쓰는 것, 계속 쓰는 것.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쓰기 싫어도 힘들어도 잘 안되도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나 ‘실천하는 것’이라고 바꿔봐도 동일하다. 하기 싫은 날이 있고 하기 싫은 상황이 있고, 할 수 없는 상태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을 때, 결국 더 나아가게 되는 일이 있다. 최근에 들었던 수업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나가게 되는 순간이 있지만, 어쩔 때는 쓰기 싫은 부분이지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도 있다고. 선생님은 그렇게 쓰기 싫지만 필요한 것을 잘 쓰는 것이 결국 좋은 작가를 만드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먹고 쉬고 자는 것이 편하지만, 안 먹고 운동하고 움직여야 건강해지는 법. 사람은 요행을 바란다.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길 바라고 알아서 건강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어쩐담? 인간의 몸, 아니 생명체의 몸은 끊임없이 건강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시간에 순응한다. 자연의 섭리를 이겨내려면 나의 감각마저 부정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3. 그러니 하물며 사람이야 어떨까? 자기 자신도 마음대로 안되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마음대로 될까? 알아서 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대로 되는 것인데, 이렇게 문장으로 옮기기만 해도 얼마나 환상에 가까운 일인지 절실히 느껴진다.


4. AI가 그리는 미래는 그런 미래를 실현하게 ‘해줄 것’ 처럼 느껴진다.


5. 문제는 과연 그런 미래가 인간에게 좋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생명체의 역사, 인간의 진보 과정은 욕망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사이에서 투쟁하며 쌓아온 시간이 아닐까 싶다. 하고 싶고, 욕망하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옳은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점점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과연 인간적인 미래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골똘하게 되는 것이 있겠지만 말이다.


6. 각설하고, 나는 마케팅 플래닝을 하고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걸 보면 어떻게 느낄까. 어떻게 변화할까. 하지만 많은 것들이 내가 원하는 곳까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예전엔 그런 상황에 좌절하거나 아쉬워했던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손이 닿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내가 생각한 솔루션이 해결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불편하거나 하기 싫은 일도 당연히, 너무나 당연히 해내야 한다.


7. 예를 들어, 하루만에 촬영하고 하루만에 편집한 영상이라거나 휴일 촬영이나 단촐하지만 멀리가는 지방 촬영. 단가가 안맞지만 필요해서 해야하는 추가 업무 등. 무조건 헌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게 아니라, 명분이 있다면 하는 것이다. 그게 옳은지, 맞는지, 필요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8. 점점 내 일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느낀다. 사실 자꾸만 꺼려진다. 왠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랑처럼 떠들게 되고, 그러면 거짓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이라는 건, 어떤 개인의 재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작고 큰 도움과 관계 속에서 겨우겨우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각하고 계획한 것들이 현실로 꺼내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사실 그런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씩은 시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앞에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거라면 그냥 하자! 의 일환이다.


9. 알아서 되는 건 없다. 노력해도 겨우겨우 될 뿐이다. 그것이 정상성을 지키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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