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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고 도전기 4

[주저리주저리 21] 라떼는 말이야… | 20200828

이렇게 서서히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고 한, 두 명씩 말도 트고 새로운 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외고 입시가 약 한 달 정도 남게 되었다.


이전 편에서 언급했듯이, 학원을 마치고 새벽 2시 30분 즈음 집에 오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을 자는데 학교는 8시 30분까지 가야 하다 보니 자는 시간이 네 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제정신인 상태일 리가 없었다. 가자마자 엎어져 자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겨우 깨서 반쯤 졸면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던 것이 지금의 고입과 달리 그 당시에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만 입시에 반영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적을 빨리 내서 이후 전형일정을 맞추기 위해 중학교 3학년만 중간고사를 다른 학년보다 약 2주가량 일찍 치렀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은 빠르면 9월 말에서 늦어도 10월 초에 중간고사가 끝나게 되었다. 그 결과 10월부터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형식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냥 영화만 주야장천 보는 수업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와중에 학원 선생님이 조퇴를 할 수 있으면 오전에 일찍 조퇴하고 학원에서 와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실제로 학원 친구 중에도 상당수 학교를 조퇴하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꽤 있었고, 우리 학교에서도 외고 입시를 준비하던 일부 학생이 그런 식으로 조퇴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조심스레 담임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보았다. 감사하게도 담임 선생님께서는 조퇴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항상 1교시 마치고 10시에 조퇴하겠다고 인사하러 가면 가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주셨다.


그렇게 10시 즈음 조퇴를 하고 집에 와서 교복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서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학원가로 가는 버스를 타면 10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당연히 스마트폰은 없었고 ‘아이리버’ 전자사전에 담아놓은 MP3를 들으면서 학원가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소소한 낙이었다. 그때 방영 중이던 드라마가 “베토벤 바이러스”였고, 그 드라마의 OST 중 한 곡이 태연의 “들리나요”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감정,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음악의 신비함이랄까?)


여하튼 그렇게 학원에 도착하면 11시 정도가 되었다. 이미 학원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도 있었고 나도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다 보면 서서히 한두 명씩 다른 친구들도 오면서 자리가 채워졌다. 위 문단에서 버스를 타고 오가며 듣는 음악이 소소한 낙이라고 했었는데 또 다른 소소한 낙은 이렇게 조퇴하고 모인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학원가에는 식당이 많은데 주로 친구들과는 맥도날드나 분식집 “모이세”를 자주 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있었던 맥런치 시간대를 활용하여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상하이’ 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싸이버거가 짱이다).


그렇게 짧으면 30분, 조금 길었지만 1시간가량의 점심시간이라는 소소한 일탈을 마치면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서 오후 여섯 시 수업 전까지 계속 자습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는 이전 글에서도 자세히 썼듯이 6시부터 밤 11시 50분까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약 새벽 두 시까지 자습하는 삶의 패턴이 지속하였다.


이렇게 한 달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시험을 치르는 주가 다가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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