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20] 라떼는 말이야… | 20200716
오후 5시에 학원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6시에 1교시 수업을 시작한 뒤 7시 즈음 국어나 영어 모의고사를 마치고 나면 오후 8시가 되었다. 그리고 8시부터 20분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학생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학원가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많았다.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부터 해서 분식집, 닭꼬치집 등 오늘은 무슨 메뉴를 먹을까 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또한, 반 친구를 따라서 학원 옆의 오락실을 가기도 하였다. 한때는 너무 많은 학원생이 오락실에 죽치고 있어서 학원 선생님들이 단속을 나오기도 했다던데 여하튼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알차게 게임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절제력을 잃지 않고 20분 안에 돌아간 것이 신기함 ㅋㅋ).
그리고 오후 8시 20분부터 다시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수업은 무려 밤 11시 50분에 끝이 났다. 그사이에도 쉬는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5분도 안 되는 수준으로 짧게 짧게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썰을 풀어 주다 보면 여기서부터 표정이 “??” 이렇게 되는 학생이 많은데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은 심야 교습 시간제한이 있어서 밤 10시까지밖에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 경기, 대구, 광주, 세종은 밤 10시까지이고 충남, 충북, 강원, 경북, 경남, 제주는 밤 12시까지임). 이 제한이 공교롭게도 내가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없다가 외고 입시를 마치고 난 이후인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행되었으니 나도 어떤 면에서는 ‘막차’를 탄 셈이다.
밤 11시 50분에 수업을 마치면 반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문을 연 분식집으로 향했다. 오후, 저녁 시간만큼 문을 많이 열지는 않았지만, 그 늦은 시간에도 문을 열어 놓은 분식집이 꽤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연 분식집에 가서 애들끼리 각각 천 원을 내면 사장님께서 그날 남은 음식을 모두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싼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는 학생으로서도 이득이고, 남은 음식도 그냥 버리지 않고 팔 수 있던 사장님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굳이 11시 50분이나 되었는데도 집에 가지 않고 애들끼리 야식을 먹은 이유는 ‘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밤 11시 50분부터 12시까지 10분간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 사이에 우리는 분식집을 다 털고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정부터 약 두 시간가량의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이어졌다. 원래 이르면 10시, 늦어도 11시 즈음 자던 나에게 이런 스케쥴은 정말 컬쳐충격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게다가 주변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이러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이전 편에서 말했듯이 어려운 문제도 술술 풀어내는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경쟁 심리 때문인지 나도 생각보다는 빨리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오후 6시부터 11시 50분까지, 약 6시간에 가까운 수업이 월~금 매일 있었고 숙제도 매일 있었기 때문에 ‘야자’시간에 숙제를 안 해놓으면 정상적으로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1시 50분에 자습을 마치고 학원을 나가면 밖에 수많은 학원 버스가 우리를 (?) 기다리고 있었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씻고 간단히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나면 잠드는 시간은 항상 새벽 3시에서 3시 30분 정도가 됐던 것 같다.
그렇다면 주말에는 학원을 쉬었는가 하니 당연히 그랬을 리가 없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습시간이 이어졌다. 가끔 보강 수업이 있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는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자습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실, 일요일에는 오후 6시에 끝났던 것 같기는 한데 여하튼 평일도 내내 새벽 두 시에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건 뭐 일주일 내내 공부하는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서서히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고 한, 두 명씩 말도 트고 새로운 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외고 입시가 약 한 달 정도 남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