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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방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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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Oct 20. 2019

2019년 10월의 방황

어디에,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없이 저지르는 성격은 때론 좋지만, 가끔은 후회를 낳는다. 나란 인간, 30년동안 살았음에도 나를 잘 모르는 탓일까.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는 성미를 지녔다. 


이사오기 전까지 동생이랑 살면서 막연하게 '혼자'사는 '완전한 독립'을 꿈꿨다. 주변 사람들의 몇 마디 뽐뿌에 회사 근처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3번째 본 집을 덜컥 계약했다. 워낙 충동적이어서 많은 요소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1) 전세 2억 이하의 강남에서 그나마 싼 오피스텔일 것

2) 회사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이며 역세권일 것 (그동안 신분당선을 타고 출퇴근했기 때문에 차비가 많이 나가는 편이었음)

3) 창문으로 밖을 볼 수 있는 곳 (과거 집은 창문 바로 앞에 건물이어서 바깥에 해가 떴는지 비가 오는지 알 수 없었음)


사실 이 두 가지 조건을 봤다는 것은 이 두가지 조건 빼고 전에 살던 집이 완벽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난 왜 그리 이사를 하고 싶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릎을 탁치는 변화가 필요했고, 결혼 전에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주체적이지 못하게 동생하게 얹혀사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이사 10일차에 이전보다 삶의 질이 더 떨어졌다고 말하고 싶다. 오피스 상권이라 그런지 동네가 감성이라곤 1도 없는 삭막한 느낌이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 탓에 '아 이제 집으로 간다'하는 퇴근길의 안도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회사 주변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더 최악은 집 앞에 바로 1차선 도로가 있는데 오토바이가 너무 자주 지나가서 소음공해가 극심하다. 늘 변화가 좋은 쪽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닌데... 원래 인간은 실수하고, 후회하며 사는 것... 어떠한 경험이든 나에게 쓸모가 있겠지라며 나를 위로해본다. 


이사를 하며 나름 많은 경험을 하고 교훈을 얻었다.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이라는 것도 받아보고,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확정일자를 받고, 이사업체를 알아보기도 하고. 직접 이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경험들 말이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경험을 시간과 노력을 더해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실 거지같은 경험이라면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 상황을 어떻게 잘 해석하느냐가 향후의 태도를 결정하기에 중요하다. 부정적인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의 현재의 삶에도 정신건강에도 모두 이롭다. 


실수하고 방황하고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루의 오늘을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하고 싶다. 당신의 선택이든, 혹은 타의에 의해 좋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내 안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한 괜찮다. 어차피 외부적인 상황은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들을 완벽히 컨트롤 하며 좋은 쪽으로만 만들 순 없다. 나를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상에 흩뿌려 놓은 채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PS. 내가 일상에 흩뿌려 놓은 보석같은 것들

- 집 안의 노란 조명 (백색 형광등보다 은은한 노란 조명이 감성을 충만하게 해준다)

- 임경선의 개인주의 인생상담 오디오 클립 듣기, 백종원의 골목식당/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시청

- 일주일에 2번 이상 운동하기 (이번주에는 요가/필라테스/런닝머신 각각 한 번씩 했다)

- 과일 챙겨먹기

- 집 혹은 회사 근처 맛집 뽀개기

- 설거지, 쓰레기 버리는 건 바로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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