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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Feb 22. 2024

결혼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



무적 4인방. 병원에서 죽치는 게 일상



지난 12월, 결혼한지 고작 6개월째...


친정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신혼생활을 아직 충분히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병원을 왔다갔다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아빠, 엄마, 여동생


그리고 2명의 사위들과 처음 병원에 가서


외상성 뇌출혈 판정을 받았을 때


엄마는 충격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두 딸 다 시집보내고 아파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엄마와 같은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아들 하나 없는 여초인 집안에서


사위들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더 마음이 동동거렸을까







병원에서 하늘 바라보기






두 명의 딸과 사위들은 아빠가 입원하자


병원 문지방이 닳도록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크리스마스에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신정에도, 구정에도...


아플 때 힘이 되어주는 건 정말 가족뿐이었다.



우리 남편은 제대로 사위 신고식을 치뤘다.


주말에 쉬고 싶었을텐데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장인어른과 시간을 보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루 집에 있던 것 빼고는


내가 병원에 아빠 보러가자고 할 때 늘 함께였다.



물론 친정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터라


시댁 방문은 자연스레 뜸하게 됐는데


남편이 좀 서운한 티를 내긴했지만...


이건 당연히 이해해줘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편찮으시면서


친적들도 더 자주 안부를 물으시고


모였을 때 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집안에 환자가 있다는 건 불행이겠지만


불행 속에서도 행복은 피어난다. 



아빠는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재활병원으로 바로 이동했고


사건사고들도 많았지만


초기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시면서 회복하고 계신다.


근육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거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인지 재활에 집중하는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가운데 우리남편




결혼을 하니 또 하나의 가족, 시댁도 큰 힘이 된다.


두 번째 부모가 생긴 느낌도 든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처음 시댁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포옹을 해주셨는데 


내 힘듦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며칠 전 설날에 시댁을 찾았을 때도


시부모님은 아빠의 안부를 물으시며


사과 한 박스를 준비해주셨다. 



양가 부모님은 자식도 다 키워놨고


시집장가도 다 보내놔서


이제 남은 여생을 즐기며 사시면 된다.


물론 우리집의 경우, 노후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아빠가 퇴원하고 


일하고 싶은 의지가 엄청 강하시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도 크게 걱정은 아니다.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남은 순간들을 만끽하길 바랄뿐이다.



작년 한해동안 '돈미새' 모드가 되어서


돈 벌기에 급급했는데 


작년 말에 이런 일을 겪으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다.



건강은 생각보다 너무 중요하다.


아프면 돈이고 나발이고


어렵게 번 돈, 병원에 기부하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식단관리나 운동을 통한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잘 괸리해 mental health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



최근에 큰아버지가 드럼을 배운다는 소식과


큰고모부는 30년 넘게 매주 주말 등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꾸준히 못하는 용두사미 st... 반성한다 ㅠㅠ)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꼈는데,


나 잘났다고 바쁘게 사는 것도 좋겠지만


가족과 자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걸 같이 하기보다는 


그냥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늘자 귀여움



'건정'이란...?


건강한 정자를 뜻한다 (북흐...)


임신준비하는 남편의 자세...똥빼는 얼른 치우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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