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결혼한지 고작 6개월째...
친정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신혼생활을 아직 충분히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병원을 왔다갔다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아빠, 엄마, 여동생
그리고 2명의 사위들과 처음 병원에 가서
외상성 뇌출혈 판정을 받았을 때
엄마는 충격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두 딸 다 시집보내고 아파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엄마와 같은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아들 하나 없는 여초인 집안에서
사위들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더 마음이 동동거렸을까
두 명의 딸과 사위들은 아빠가 입원하자
병원 문지방이 닳도록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크리스마스에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신정에도, 구정에도...
아플 때 힘이 되어주는 건 정말 가족뿐이었다.
우리 남편은 제대로 사위 신고식을 치뤘다.
주말에 쉬고 싶었을텐데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장인어른과 시간을 보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루 집에 있던 것 빼고는
내가 병원에 아빠 보러가자고 할 때 늘 함께였다.
물론 친정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터라
시댁 방문은 자연스레 뜸하게 됐는데
남편이 좀 서운한 티를 내긴했지만...
이건 당연히 이해해줘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편찮으시면서
친적들도 더 자주 안부를 물으시고
모였을 때 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집안에 환자가 있다는 건 불행이겠지만
불행 속에서도 행복은 피어난다.
아빠는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재활병원으로 바로 이동했고
사건사고들도 많았지만
초기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시면서 회복하고 계신다.
근육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거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인지 재활에 집중하는 중이다.
결혼을 하니 또 하나의 가족, 시댁도 큰 힘이 된다.
두 번째 부모가 생긴 느낌도 든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처음 시댁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포옹을 해주셨는데
내 힘듦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며칠 전 설날에 시댁을 찾았을 때도
시부모님은 아빠의 안부를 물으시며
사과 한 박스를 준비해주셨다.
양가 부모님은 자식도 다 키워놨고
시집장가도 다 보내놔서
이제 남은 여생을 즐기며 사시면 된다.
물론 우리집의 경우, 노후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아빠가 퇴원하고
일하고 싶은 의지가 엄청 강하시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도 크게 걱정은 아니다.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남은 순간들을 만끽하길 바랄뿐이다.
작년 한해동안 '돈미새' 모드가 되어서
돈 벌기에 급급했는데
작년 말에 이런 일을 겪으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다.
건강은 생각보다 너무 중요하다.
아프면 돈이고 나발이고
어렵게 번 돈, 병원에 기부하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식단관리나 운동을 통한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잘 괸리해 mental health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
최근에 큰아버지가 드럼을 배운다는 소식과
큰고모부는 30년 넘게 매주 주말 등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꾸준히 못하는 용두사미 st... 반성한다 ㅠㅠ)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꼈는데,
나 잘났다고 바쁘게 사는 것도 좋겠지만
가족과 자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걸 같이 하기보다는
그냥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늘자 귀여움
'건정'이란...?
건강한 정자를 뜻한다 (북흐...)
임신준비하는 남편의 자세...똥빼는 얼른 치우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