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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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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우 Jun 18. 2019

0527 Switzer Falls에 다녀와서

자연예찬

자연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좋다. 우리가 티브이에 매혹되는 이유가 뭔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볼거리와 촘촘한 줄거리 아닐까. 자연은 인간이나 짜임새 없이도 흥미롭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껑충 지나간다.

바다는 파도는 끊임없이 모양새를 달리 하며 해안선에 몸을 부딪힌다. 산은 여기저기 뻗어있는 나무와, 굽이쳐 흐르는 냇물과, 바람에 의해 각기 다르게 조각된 암석과, 그 사이로 듬성듬성 나있는 풀까지. 재미없을 틈이 없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접근성 높은 트레일이 아니라, 자연이 꽁꽁 숨겨놓은 난도 높은 트레일을 탐험하는 것만큼 재미난 모험이 없다. 수풀을 헤치고 강가의 바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도 모르는 목적지를 좇다 보면, '나는 이렇게 움직이기 위해서 태어났구나'하며 온몸 근육이 기분 좋게 소리 지른다.

꽁꽁 숨겨져 있던 보물과 같은 자연이 끝끝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기쁨이란. 호기심을 멈추지 않고 탐사를 멈추지 않으면, 같은 방식으로 그 보물을 함께 발견한 이들을 마주친다. 처음 만난 그들과 침묵 속에서 그 스플렌더를 평화롭게 공유한다. 즐긴다.

이상하다. 이름은 같은 폭포인데, 초입에 있던 폭포에 비해 숨겨져 있던 폭포가 더욱 거대하고 위대해 보인다. 땀방울 흘려 얻은 과실이기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어 보면 푸릇푸릇 풀이 솟아있는 절벽 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미세하게 눈가를 적신다.

구석구석 자연이 숨겨놓은 비밀을 열정적이지만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하나둘 발굴해내는 느낌도 너무 좋지만, 가끔은 혼자 그 웅장한 자연 속에 내 몸이 오롯이 담겨 있는 느낌도 좋다. 그러면서도 지나가며 마주치는 산속의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말하지 않아도 너의 맘 안다는 듯 입꼬리 올려 살짝 짓는 미소도 좋다. 마주치고 빠르게 지나치지만 같은 목적 아래서, 같은 자연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유대감과 소속감이 너무나 좋다. 자연은 지루할 틈이 없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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