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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ie Aug 27. 2016

나를 찾아서

2-2 Welcome Home

    5일간의 The New Destiny라는 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첫째 날. 호텔과 비슷한 개념의 숙소 방을 나서면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테라스이고, 길을 나서면 향이 나는 흰꽃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잔디가 타일식으로 나름 잘 정리되어 깔려있는 긴 도로 (나의 빠른 종종걸음으로 8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그늘 하나 없는 채로 따라가다 보면 편히 누워 쉬고 있는 붓다상과 세 개의 큰 직사각형 기둥이 있는 붓다 데크가 점점 코앞으로 다가온다. 샛길로 들어가면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 홀. 또 커피에 토스트와 땅콩버터를 발라 먹을까 했지만, 오트밀과 무화과와 건포도 절임을 곁들여 보았다. 거기다 두유를 부으니 달콤하고 고소하니 제법 먹을만했다. 2주 동안 내 아침식사에 빠질 수 없는 메뉴가 되었다.

    여유로운 식사 후, 첫 수업을 들으러 명상 홀로 갔다. 첫 수업이라 줄을 서서 차례로 담당 인도 선생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문화적인 이유로, 남자들은 남자 선생님이, 여자들은 여자 선생님이 환영을 해주었다. 금가루 같은 걸 이마에 찍어주고 꼭 안아주며 선생님이 말했다.

"Welcome Home"

    당황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이사도 많이 다니고 이 도시, 저 도시에 여러 해 살면서 "마음의 고향" 이란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만 첫 만남부터 웰컴 홈이라니. 그 말을 기쁜 환영 인사로 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에 갈등이 너무 많았다.

    이쯤 되어 One World Academy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One World Academy, OWA, 오와는 20년 전 설립된 명상 지혜 학교이다. Oneness University라는 또 다른 명상 학교에서 파생되었고, OWA의 설립자 Krishuna-ji 크리슈나지는 Oneness University 설립자의 아들이다. 공동 설립자는 크리슈나지의 아내인 프리타지이다. 두 사람은 인류의 행복을 비전으로 두고 있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중시할 때에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뿐 아니라, 현재 내가 어떤 경험들을 하며 살고 싶고 나는 현재 어떤 상태에 머물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여러 종류의 명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명상을 통해 매 순간을 사는 연습을 하고 아름다운 내적 상태를 길러낼 수 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위치한 오와 캠퍼스는 "인도"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우며 이미 나의 글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The New Destiny라는 프로그램은 오와에서도 기초단계의 코스로, 다섯 가지의 관계들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나 자신과의 관계 (harmony with yourself) 둘째, 연인과의 관계 (harmony with partner) 셋째, 부모와의 관계 (harmony with parents) 넷째, 자녀와의 관계 (harmony with children) 그리고 부와의 관계 (harmony with wealth)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참여하는 모두가 결혼을 했고 자식이 있는 건 아니다. 나와 같은 경우, 미혼인 데다 당시 싱글이었고 자녀도 물론 없는 데다가 사실 공식적으로 돈을 버는 사회인이 아니기에 충족되는 조건이 많이 없었지만 명상체험의 포커스는 각자 조금씩 다르기에 참여가 가능했다.

    어쨋던 Welcome home이라는 말과 함께 수업에 초대받았다. 나는 "희생과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마음 때문에 어떤 말에도 대들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Consciousness, 즉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에서 시작해, 의식적인 삶에서 좋은 의식은 남들을 생각할 줄 알고, 나를 통해 타인을 좋게 변화시키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I-consciousness는 self-centric, 자기중심적인 의식이고 One-consciousness는 other-centric, 상대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나 하나 잘 살아보겠다고 인도까지 왔는데 이게 웬 말인가 싶었다. 어쨋던 변화를 위해서, New Destiny를 위해서는 아름다운 내적 상태를 가져야 하고, 영적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두 개가 얻어지면 올바른 선택들과 행동들을 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 서적 비슷한 내용들이 이어졌다.

    첫 번째 수업은 "나 스스로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수업인데 나는 수확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봐도 기억이 거의 나지 않고 노트 필기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며, 노트 중간중간에는 화와 불만이 가득 차 있다. Samadalshini-ji 샤마달시니 선생님은 오와의 시니어 티쳐인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생각해보라고 준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다. 나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멀게 느껴진다. 내가 나를 잃은 것 같고 내가 날 제일 잘 알아야 맞는 것 같은데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낀 적이 얼마나 있는가" 나는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다.

"나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운 때는 언제인가"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들을 리스트로 작성해놓았다.


하루가 지나갔고 앞으로 남은 12일을 견딜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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