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가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아담한 옛날 집과 과실나무가 곳곳에 자리한 마당이 반겨주는 곳. 블루베리 나무에서 열매 몇 줌 손에 쥔 할머니가 “우리 손녀 왔어”하며 손 흔드실 것만 같다. 고단한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믿음이 자라는 고향집이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한 마재성지는 다섯 분의 성인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 형제 중 제일 늦게 세례를 받았지만 제일 굳건한 신앙을 가졌다. 마재는 정약종이 세례를 받으며 당시 천주교를 반대했던 문중의 박해를 피해 한강을 건너 피신 온 곳이다. 이곳에서 아내와 자녀 모두 세례를 받고 이후 성인 품에 올랐다. 성녀 유조이 체칠리아, 성녀 정정혜 엘리사벳, 성 정하상 바오로, 복자 정철상 가를로이다.
믿음이 자라던 소박한 집 그대로 기와지붕을 얹은 단층 마재성지는 고즈넉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옛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다른 성지에 비해 조촐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넉넉한 품을 가진 할머니 집에 온 듯 아늑하다.
특히 십자가의 길이 조성된 작은 마당이 인상적이다. 약종 동산이라 이름 붙은 이곳에는 은총의 길이 있다. 이 길에서 성모님, 성가정 순교자들과 함께 가정의 전구를 청하며 성모송을 바친다. 기도를 바치며 걷다보면 길은 어느새 순교현양탑에 닿는다. 그리고 뒤편으로 성가정 십자가의 길이 이어진다. 앞마당과 같은 은총의 길을 지나 십자가의 길로 들어서면, 꽃과 과실 나무가 가득하다. 기도를 바치며 푸르른 자연과 함께 신앙의 열매가 무르익어감을 느낄 수 있다.
십자가의 제8처를 지날 때 사람들의 걸음이 멈춘다. 그곳에는 사람 키 만한 예수 성심상이 있다. 양 팔을 벌린 예수상은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잡고 공동체의 기도를 바칠 수 있어 더욱 뜻깊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면, 차가운 동상의 손이 아닌 따뜻한 예수님의 손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마재에서는 자신과 공동체 그리고 성가정을 위해 바치는 고요한 기도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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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 성지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698-44
031) 576-5412
홈페이지 : http://www.majaesungj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