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이끈 발걸음이었다. 성가정 성지, 교우촌 성지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곳. 화려하거나 특별한 멋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밥상에 꼭 있는 흰살밥처럼 단순하고 고요한 마음을 이곳에서 만났다. 복잡한 마음 미뤄두고 “이리 와, 밥 먹자.”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향 친구 하나 거기 있을 것 같다.
우연한 계기로 이천에 방문하여 볼일을 마치고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할까 검색을 해보았다. 이천 맛집, 가 볼만한 곳 등등. 검색 끝에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성지가 하나 있음을 발견했다. 곧바로 차에 올랐다. 카페나 관광지 보다는 고요한 곳에 가고 싶었다. 마음에 어지러움이 조금 남은 그런 날, 이천 시내에서 차로 20분 가량 달리면 만나는 단내 성지로 향했다.
피와 죽음으로 신앙을 증명한 짙은 향기가 가득한 곳이 순교 성지라면, 성가정 성지는 풀질이 잘 된 빳빳한 무명 천이 햇살을 받으며 바싹 마르는 향이 가득하다. 어디선가 웃음소리와 음식 냄새가 솔솔 흘러나오며 환히 웃으며 환대를 해줄 것 같은 곳, 단내 성지는 그런 모습을 깊이 숨긴 채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단내 성지는 오래된 교우촌이다. 한국 교회 창건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앙을 지켜온 유서 깊은 곳이다. 또한 이곳은 성 김대건 신부가 사목 활동을 하던 곳이다. 신부는 밤마다 신자들을 찾아다녔다. 성사를 마치고 김대건 신부가 돌아갈 때면 신자들이 배웅하러 길로 나왔다. 신부는 이를 만류하며 “내가 이렇게 밤중에 다니는 것은 나 자신보다도 교우들에 대한 외인의 이목 때문이니 부디 나오지 말고 집안에 있으시오.”라고 당부했다. 단내 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사목활동에 따라 조성된 길이 집입로에 있다. 또 성당에는 신부의 유해의 일부가 안치되어 있다.
깊은 밤중도 마다않고 달려와 신자들을 만나던 김대건 신부의 깊은 마음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깊은 밤 문 밖까지 배웅을 나온 신자들의 손에 들린, 가면서 드시라고 만든 주먹밥의 고소한 밥냄새가 솔솔 마음을 채운다. 도시와 세상에서 쌓인 시끄럽고 복잡한 마음도 이곳에 오면 흰쌀밥 한 입과 함께 꿀꺽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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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성지 주소: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이섭대천로 155번길 38-13
031)633-9531
홈페이지: http://www.dannae.or.kr/xe/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