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던 우리는 알고보니 같은 알베르게였다2

23.09.25_나헤자-산토도밍고

by 혜리영

화살표를 쫓아 걷다보니 금세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이곳은 12시 전에 도착해서 공립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길에서 만났던 청년도 알고보니 같은 숙소였다. 산토도밍고는 도미니코 성인이 나고 자란 곳이다. 그리고 이곳의 성당에서는 특이하게 닭을 길렀다. 그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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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머니와 아들이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가는데 숙소 주인의 딸이 아들에게 반해서, 순례길을 걷지 말고 나와 여기 머물며 살자고 유혹했다. 그러나 아들은 거절하고 어머니와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숙소 주인의 딸이 다음 날 아들이 숙소의 물건을 훔쳤다고 신고했다. 억울하게 재판에 간 그는 결국 교수형을 받게 되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큰 슬픔에 빠졌지만, 이 길을 모두 걷고 다시 돌아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겠다 다짐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니, 아들의 시신은 썩지 않았고 아들 발 밑을 닭이 받치고 있어서 죽지 않고 있었다. 이에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함을 다시 호소하고 다른 재판을 통해 누명을 벗고 살아 있는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물론 숙소 주인의 딸은 엄벌을 받았다는. 그래서 그때부터 이 마을 주민들은 이 기적이 일어난 닭을 성당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중간에 어머니인가 판사인가,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적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당 특히 성전에서 닭을 키우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었다. 주님이 계신 성전에서 동물을 키우다니. 그러나 이곳 마을 주민들은 끊임없이 이를 허락해달라고 교황청에 편지를 썼다. 모든 교황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겨 이 편지를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교황이 그 편지를 보다가 지난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마을 사람들이 꾸준히 편지를 보낸 것을 알고 그들의 모습 자체가 기적이라고 여겨 그 믿음에 대한 응답으로 유일하게 성당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산토도밍고 성당 안에는 닭장이 있다. 전해지기로는 성당에서 키우는 닭이 그때 기적을 일으킨 그 닭의 후손이라는데...


지금은 성당 성전 바로 아래에는 도미니코 성인의 유해가 있다. 이르게 도착해서 마음도 가볍고, 빨래도 하고 챙겨간 미니 마사지기로 무릎 마사지도 했다. 챙겨가길 정말 잘 한 것 중 하나였다. 씨에스타를 피해 침대에 앉아서 무릎 마사지를 하고 있으니 옆 자리 순례객이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마사지기라고 하니 엄지척을 보여줬다.


이곳은 그래서 성당도 크고 별도의 박물관도 있고, 종탑도 있었다. 나는 이 무릎으로 또 뽈뽈 거리며 구경을 했다. 그리고 종탑 박물관에서 귀여운 엽서를 샀다.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첫 엽서를 썼다. 미리 주소를 받아왔고 알베르게 근처에 우체국이 있는 것도 확인했던 터이다. 나는 늘 식사시간이 애매했다. 스페인에서 씨에스타를 피해 저녁을 먹으려면 대부분의 식당은 이르면 저녁 8시, 보통은 9시쯤에 열었다. 그렇다는 핑계를 대며, 바르에서 또르띠아와 샹그리아 한 잔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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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정말 우리가 헤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엽서를 쓰고 있을 때 기역 언니가 와서 이제 정말 헤어지는 듯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슬쩍 나이를 물었다. 그때 내 나이를 밝히니 깜짝 놀랐다. 본래 나이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리게 본 것이다. 언니의 반응은 정말 놀란 것 같았다. 기분이 좋고 감사했다. 나이를 잊고 살고자 하는데 본래보다 적은 나이로 봐주니 얼마나 좋던지.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던 산토 도밍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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