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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마음을 쉬어 가도 좋아

3월 7일 주제 - 쉼표

by 생각샘
새벽 6시 - 기상
6시~ 7시 50분 - 영어 학원 숙제
7시 50분~ 8시 30분 - 등교 준비
오후 3시 45분 - 하교
4시~4시 50분 - 영어 학원 숙제
5시~8시 20분 - 영어학원
8시 20분~ 9시 - 저녁
9시~11시 30분- 수학 숙제
11시 30분 ~ 12시 - 목욕 후 취침
아침 7시 - 기상
7시~ 7시 50분 - 수학 학원 숙제
7시 50분~ 8시 30분 - 등교 준비
오후 3시 45분 - 하교
4시~4시 40분 - 수학 학원 숙제
5시~10시 40분 - 수학 학원
10시 40분 ~ 11시 - 저녁 식사
11시 ~ 12시 30분 - 영어숙제


이게..정말..말이나 되는 일정표란 말인가?! 이 말도 안 되는 일정표가 중학생이 된 아이의 일정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다 싶다. 나보고 이렇게 살라고 해도 싫다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다. 그런데 내 아이의 친구들도 다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하고, 내가 수업하는 중학생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난 고등학교 3학년 단 일 년을 이것과 비슷하게 살았는데 그 일 년도 끔찍했다.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이것과 비슷한 일정을 살고 있다고 하니 최소 6년에서 많게는 8년 이상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보다.


아, 싫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아이한테 학원을 그만두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싫단다. 힘들게 들어간 학원인데 왜 그만두냐며 다들 그렇게 사는데 자기만 학원에 안 다니면 자기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단다. 되려 아들이 나한테 묻는다.


“엄마, 나만 학원을 안 다니고 다른 아이들은 다 학원을 다니면 나중에 시험을 봤을 때 나만 못 볼 텐데 그러면 난 어떻게 해?”


할 말이 없었다. 내 아이만 이런 생각을 하나 싶어 수업을 하는 또래의 아이들한테 물어봐도 모두 비슷한 대답을 한다. 자기들도 학원에 다니기 너무 싫지만 어차피 시험을 봐서 대학을 가야 하고 경쟁을 해서 직업을 얻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단다.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결국 경쟁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더 잘 아는 것일까? 너무 일찍 무한 경쟁의 시대, 약육강식의 원칙에 눈떠버린 아이들이 안타까우면서도 나 역시 답은 없다. 정말 아이들의 마음에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소개하려는 토끼 한 마리는 그런 살벌한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는 방법을 안다. 최정현 글, 김온 그림의 <토끼의 마음우산>에 나오는 토끼다.


숲 속에 갑자기 비가 내리자 동물들은 통나무집 처마 아래 모여든다. 덩치 큰 코끼리가 비좁은 틈에 끼어들자 토끼가 튕겨져 나가고 만다. 그러자 곰이 말한다.



토끼야, 힘을 키우고 와!


곰이 토끼를 생각해 준답시고 저런 말을 해준 걸까? 곰이 토끼를 우습게 보고 저런 말을 한 것인지, 토끼가 걱정이 되어 저런 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나라면 차마 그 앞에서 말하지 못하더라도 퍼붓는 비를 맞고 집에 가며 저주를 퍼부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토끼는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준다. 토끼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세상에 살고 있는 곰의 마음에 작지만 강한 쉼표를 찍어준다. 참, 멋진 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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