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주제 - 죽음
글을 쓸 시간이 분명 있었지만 이 주제로는 진짜 너~무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밤 11시 31분에서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 진짜로 하라는 것도 아닌데, 단지 글을 쓰는 건데도 이 주제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한 때 죽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공황장애가 온 적이 있다. 단순히 그냥 ‘죽는다’는 사실보다 남겨두고 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죽기가 너무 두려워서 호흡곤란이 왔었는데 그게 공황장애인지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루고 싶던 나의 꿈을 위해 무던히도 참고 애쓰며 노력했는데 그걸 다 이루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면 어쩌지? 내가 떠나버리면 나의 아이는 어쩌지? 이 모든 노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허망함에 망연자실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걱정을 했던 건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순식간에 이 세상을 떠나버린 주변 사람들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사고로, 누군가는 병으로, 누군가는 스스로 젊은 나이에 떠나버린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책을 한 권 써도 모자라겠지만 오늘은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내가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문제를 나름 극복하려고 애쓴 소년들을 알고 있다. 이 소년들은 삼총사다. 그중 한 명의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소년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했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만난 것이다. 친구들에게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친구들은 이 정체 모를 죽음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죽음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살인을 한 것은 아니다. 천만다행 호러나 스릴러는 아니다. 이 소년들은 동네에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를 알게 되고 그 할아버지를 몰래 지켜보기로 한다. 과연 소년들은 죽음을 만났을까? 죽음의 정체를 밝혀냈을까?
이 소년들은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 <여름이 준 선물>에 나오는 류, 하라, 모리이다. 유모토 가즈미는 일본의 오페라 극작가이자 아동문학가이다. 여름이 준 선물은 그의 첫 번째 작품인데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나왔다고 한다.
언젠가 나도 내 이야기를 꼭 책으로 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