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달린 사연

3월 4일 주제 - 눈물

by 생각샘 Mar 05. 2025

 오늘 아침에 눈:물을 주르륵주르륵 흘렸다.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 공원을 가로질러, 롯데 타워와 석촌호수 다리를 건너 질주하며, 옷 앞자락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

 내가 흘린 눈:물은 눈에 눈:이 들어가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눈물이 아닌 눈:물이었지만 펑펑 흘린 눈:물은 눈물이랑 똑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슬픈 감정을 달래주고 ‘그래,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이겨내자’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마법의 눈:물이었다.


 내가 올림픽 공원과 석촌호수와 롯데타워 일대를 머리에 꽃을 단 정신 놓은 여자처럼 자전거를 타고 눈:물을 흘리며 달린 사연은 이렇다. 오늘은 나의 첫 출근날이다. 첫 출근 겸 교재를 받으러 가야 하는 사무실은 석촌호수 서호 근처다. 사무실 건물 1층 정문에서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가 직통으로 보인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자이로드롭을 타는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거리다. 올라가면서 아아아아악! 내려오면서 아아아아악!


그런데 이틀 전 나보다 일주일 먼저 첫 출근을 한 선생님한테 문자가 왔다.

“선생님! 책을 엄청 많이 주네요. 큰 가방을 가지고 오셔야겠어요.”

 나는 허리가 안 좋다. 디스크에 금이 가서 응급실에 여러 차례 실려갔다 왔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자전거!


 우리 동네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살도 뺄 겸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가야지’라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공원을 가로질러, 평화의 문을 지나, 롯데타워까지 일자로 뚫린 자전거 길을 타고 슝슝 달려야지. 석촌호수 풍경을 즐기며 달려야지.’라는 생각에 설렜다. 아침에 준비를 하고 자전거를 타러 갔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버스를 타고 가기엔 지각을 할 시간이 되어버렸다. 버스는 갈아타고 가야 해서 차라리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게 더 빨리 갈 수 있었다. ‘에잇. 이제 3월인데 눈이 와봤자 얼마나 오겠어. 어차피 금방 녹고 바닥에 쌓이지도 않을 텐데.’라는 생각에 자전거 비옷을 입고 달렸다. 나의 판단은 경기도 오산이었다.


아뿔싸! 눈보라가! 눈보라가!

앞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눈:이 들어가서 줄기차게 눈:물이 내린다.

눈을 뜰 수 없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아아악! 아아아악!


자이로드롭을 타던 사람들처럼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풍경을 즐기며 달리고 싶던 나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사이먼 몰의 <내 자전거가 좋아!>.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이먼 몰은 동시를 쓰는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본인의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다가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아이들에게 동시와 글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사이먼 몰도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나도 자전거를 좋아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으니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undefined
undefined
이전 01화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웅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