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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척하는 거짓말

3월 8일 주제 - 거짓말

by 생각샘 Mar 09. 2025

 세상에 거짓말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거야 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세상에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오늘 하루만 해도 수십 번의 거짓말을 했다.

 아침 8시부터 수업하러 오는 아이들한테 ’얘들아, 아침 일찍부터 보니까 너무 좋지 않니? 선생님은 너희들 보니까 너무 신난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싫었다며 비명을 질렀다. 토요일인데 왜 학교 갈 때보다 더 빨리 일어나야 하냐고 항의를 하는데, ‘부지런하면 좋지. 아침 일찍 일어나니까 아주 그냥 너~무 좋네.’ 라며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


 어린이 미사에 가서 새로 오신 신부님한테도 거짓말을 했다. 신부님이 강론 때 아이들한테 인쇄물을 나눠주셨는데 아이들이 미사 시간에 그걸 가지고 부스럭부스럭 장난을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강론 때 인쇄물을 나눠주지 못하시게 하려고 정말 너무 좋다며, 최고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활짝 웃었다. ’정말 너무 좋아요 신부님. 제가 교리에 쓸 테니 저한테 다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거짓말이다.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도 몰라서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겠다. 좋다는 건 거짓말이었지만 교리에 쓸만하면 정말 써볼 생각이긴 하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루에 적어도 수십 번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거짓말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거짓말하면 떠오르는 책이 있다. 너무 유명해서 소개할 만한 책도 아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다. 바로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오즈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지 않다. 아주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있을 뿐이다. 그의 거짓말이 얼마나 달콤한지 진짜라고 믿어버리고 싶은 지경이다. 하얀 척하는 그의 새빨간 거짓말은 세상을 살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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