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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3월 9일 주제 - 편지

by 생각샘

편지 쓰는 걸 참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친구들과 정말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얼굴 보고 절대 하지 못할 낯간지러운 말을 편지에는 참 잘도 썼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만 몇 박스는 되었을 것이다. 이성친구, 동성친구 할 것 없이 참 많은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가 전해주는, 편지만이 가지고 있는 낭만이 있다. 기다림, 설렘, 기대, 두근거림. 마음에 살랑살랑 봄바람을 불게 만드는 그 묘한 낭만이 있다. 문자, 톡, 이메일처럼 빠른 메신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낭만일 것이다.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좋아하지만 편지를 받는 건 얼마나 더 설레는 일인가! 그런데 편지를 받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일이다!! 그래서 난 편지 형식의 소설이나 글을 참 좋아한다. <키다리 아저씨>,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같은 서간체의 소설도 재미있지만 실존 인물들의 실제 편지를 묶은 책은 더 실감 나고 재미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이라도 떠난 기분마저 든다.

그런 편지의 낭만을 이제는 보기 힘든 세상이다. 시골 섬마을에 편지를 전해주고 글을 읽지 못하는 노인분들을 위해 직접 편지를 읽어주던 우체부가 전해주는 편지 한 통이 주는 낭만의 시대는 갔다. 그건 우리나라나 그리스나 마찬가지 인가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어린이 책을 쓰고 있다는 작가 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루스의 그림책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는 쉬엄쉬엄 천천히 가던 시대의 정서와 낭만을 아름답게 잘 보여주고 있다.


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국제 콤포스텔라 그림책상을 수상한 이 책을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한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마지막 출근 날 아저씨의 가방 안에 있던 마지막 편지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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