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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Apr 09. 2021

며느리 하기 싫어 이혼을 결심하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곤하게 자고 있다. 고단했는지 고롱고롱 코를 골며 깊이 잠들었다. 동쪽 방의 창으로 아침 햇살이 화사하게 들어오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남편이 자고 있는 서쪽 방은 암막커튼이 드리워져 깜깜하다. 남편의 발치에 서서 잠든 남편을 내려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머리맡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톡톡치며  속삭였다.

“자기야, 자기야, 일어나 봐.”

“어? 왜? 무슨 일 있어?”

“우리 이혼할래?”

곤하게 자다가 아닌 밤중의 홍두깨로 귓방망이를 얻어맞은 남편은 잠이 확 달아났는지 짜증이 잔뜩 묻은 얼굴로 물었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어머니 때문에 나 이혼해야겠어. 내가 앞으로 당신 어머니를 안 보고 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거 같아.”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수만 번도 더 했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시어머니와 연을 끊었다. 결혼을 하고 십 년간 시어머니의 패악에 참 많은 상처를 받았다. 더 이상 상처 받기 싫어 단호하게 연을 끊어버렸지만, 팽팽한 한오라기 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기분이다. 그 팽팽한 실이 여전히 나를 아프게 한다. 상처의 고름을 짜내듯 내 안의 상처를 다 쏟아내면 정말 치유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나머지 한오라기 실마저 툭 끊어지고, 과연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은 나의 상처를 누구에게든 하소연하고 싶다.

십 년도 더 지난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한꺼번에 다 쏟아낼 수도 없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하루에 하나씩, 아니면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생각이 나는 만큼 조금씩, 내 안에 고여있는 것들을 꺼내놓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이 드러나겠지.

그런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많은 조회수와 호응에 놀랐다. 아마도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며느리는 나만이 아닌가 보다. 수소자동차가 자동 주행을 하고 왓슨이라는 AI 의사가 인간의 몸을 진찰하는 최첨단의 시대가 되었건만 대한민국의 시월드에서 며느리에 대한 예우는 여전히 조선시대의 어딘가를 유령처럼 헤매고 있는 것일까?


 며느리인 친구들이 모여 각자의 시어머니에 대한 하소연으로 가슴속에 고구마가 쌓여갈 때쯤 한 친구가 너희 시어머닌 어떠시냐고 물었다. 내가 답했다.


“말도 마. 난 한번 시작하면 밤샘해야 해. 입 아프니까 나중에 그냥 책으로 낼 거야.”


  농담처럼 했던 그 말을 현실로 만들어 볼까 한다. 나의 긴 푸념이 비슷하게 아팠던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비슷하게 아프게 했던 누군가에게는 깨우침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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