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백핸드를 해볼까요?

by 안녕나무


백핸드도 포핸드와 똑같이 채를 끝까지 보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포핸드 칠 때 공에 맞고는 채를 던지듯 넘겨야 하는데 바로 접듯이 그러고 있나 보다.


네트 반대편에 서 있던 코치가 다가온다. 두근두근.

"혹시 야구 보세요?"

'아 보죠! 제가 최강야구 애청자로서... ' 할 말은 많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네" 했다.

"타자가 공치고 마지막 자세 유지하고 있잖아요. 공에 힘을 끝까지 실어주려고 하는 거예요"


수많은 타자들의 피니쉬자세가 떠올랐다. 공을 '탕' 친 후 팔을 쭉 뻗은 채로 멀리 공을 바라보는 선수들. 물론 바라보고 서 있는 건 홈런 친 선수들만 할 수 있지. 나머지는 죽어라 뛰어 세이프를 만들어야지. 김성근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고개각도와 허벅지 각도까지 조정해주시곤 했다. 야구선수들의 자세를 떠올리니 공을 끝까지 친다는 게 뭔지 이해완료.


'그럼 나도 야구선수처럼 '탕!' 치고 멀리 보는 거 해봐야지!'

다음 공을 던져 주고 내가 치는 모습을 본 코치님의 얼굴에 "오!"가 보인다. '이렇게 빨리 내가 말한 걸 해내다니!' 하는 표정. 이제 얼마나 빨리 잊는지에 놀라실 겁니다만, 일단 지금 잘하니까 된걸로.


"백핸드 할 때 채로 공이 있는 방향을 한번 찍고 가세요"

"스탭을 오른발부터 하나, 둘, 셋 세고 가서 치세요"

"백핸드 기다릴 때 채는 세워 들고 있어요. 내라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잖아요"


코치 말대로 하니 공이 정면으로 쭉쭉 뻗어가기 시작한다. 오는 공의 방향을 채로 한번 찍고 움직였을 뿐인데 공 방향이 잡힌다. '허공에 점 하나 찍기' 갈 뿐인데!

"방향 찍고!"

"오!"

"채 들고 있어요!"

"오!"

"오!"

"오!"

내 마음 속에 보름달 처럼 둥근 미소가 떠오른다. 재밌다.


"포핸드도 손을 잘 써야 해요. 왼 팔로 공이 오는 곳을 찍고 움직여가서 치는 거예요"

레슨 초기부터 왼 팔로 공이 오는 걸 잡고 가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날아오는 공을 찍고 바빠진다. 공을 왼발 앞에서 맞추기 위해 발 스텝을 조정해 갔다. 채 방향도 신경 쓰게 된다. 어디에서 쳐야지 알고는 있으니까 머리도 바쁘고, 발도 바쁘다.


텅 빈 '오늘'을 살기 전에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점을 찍고 시작하는 게 이런 걸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미래'를 살기 전에 '목표'라는 점을 찍고 가면 방법을 찾게 되는 게 이런 걸까?

백핸드처럼 포핸드도 손으로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찍고 움직이니 정타로 가는 확률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오늘 레슨을 요약하면, 공이 날아오면 허공에 '점'찍고, 다다다닥 가서, 몸 회전, 팔은 공에 힘이 끝까지 실리게 쭉 뻗어 넘기기. 다음 시간에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얼마나 몸에 익게 될지 궁금하다.


* 45cm 폭설로 다음 시간은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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