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bastian Angarita
아들의 입원으로 한 주 쉬고 일주만에 다시 테니스 채를 잡았다.
레슨 전에 볼머신을 치며 몸을 푸는데 정면으로 가는 공이 하나도 없다. 왼쪽 오른쪽으로 날아다닌다. 배웠던 것을 하나씩 다시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다 보니 몸이 풀린다. 공도 앞으로 가는 것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해 볼까나.
날이 추워져서 옷을 어떻게 입어야 고민하며 나왔는데 코트는 따뜻했다. 잠바도 벗고, 추우면 입으려 가져온 티도 필요 없이 얇은 긴 팔 티 하나 입고 칠만 했다.
"회원님은 채를 여기까지만 쳐요"
아흑. 저번 시간과 똑같은 지적이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팔을 쭉 뻗어 채를 날리고 있다고 여겼건만 몸은 아직 공을 치고는 바로 팔을 감아버리고 있단다.
채 휘두르러 가기 전에 스텝도 좀 이상하다고 한다.
"회원님은 공이 멀던지 가깝던지 움직이는 발이 비슷하네요?"
'제가요? 설마요!' 속에서는 외치고 싶지만 담담히 되물었다.
"저는 어떻게 뛰어요?"
종종걸음 하다 마지막 발을 크게 뛰는 흉내를 내신다. 첫발을 멀리 뛰고 다음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맞춰보라고 했다.
"내가 치는 거 잘 봐요"
나처럼 마지막 발을 넓게 뛰니까 몸 회전이 될 수가 없었다. 코치님 재현으로 보니까 공이 왜 구석으로 꽂히기 시작했는지가 알겠다. 뒤에서 맞으면 오른쪽으로 날리고 앞에서 맞으면 왼쪽으로 날아가겠네.
"이렇게요?" 첫 발을 멀리 뛰고 종종걸음 걸어가며 공과 거리를 재 본다. 멀리서 끄덕이는 게 보인다.
"제가 팔은 이렇게 하고 있죠?" 팔이 뻗지 않고 감기는 자세를 만들어봤다.
"다 아시는데 왜......(제대로 안 하세요?)"
저도 그게 궁금하답니다.
"부드럽게 밀어 치세요. 세게 치려니까 더 감기는 거예요"
하나를 배울 때마다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해 본다.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신경 쓰기보다 잘 되어가는 중이겠지 믿는 마음으로.
"공이 맞는 순간은 전혀 안 보고 있는데요. 봐야 되죠?"
"그럼요"
나는 공을 치는 순간에 어디를 보고 있던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쳤더니 물어본다.
"공 봤어요?"
"안 보이는데요?"
코치가 내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불안하게 왜 그러세요.
"이렇게 하니 안보이죠"
코치가 공을 치고 채를 쳐서 넘기면서 고개도 같이 넘어가는 걸 흉내 내준다.
어쩐지. 내 눈에는 테니스 채의 테두리만 보이더라니,
골프 배울 때도 머리를 고정하라고 했는데, 머리 고정은 공운동에선 만고불변의 진리인 건가?
"공이 앞에서 맞아야 채 뒷면을 볼 수 있겠네요"
알면서 왜 못 치냐는 표정이다. 알면서도 못 치는 사람 쭉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형광노란색 줄이 번쩍 하고 보였다 사라졌다. 사진 찍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공이 맞는 순간은 안 보인다.
볼 수 있긴 한 건가?
"그래도 끝까지 보려고 해 보세요"
채의 뒷 면을 보려고 하니 공이 맞는 위치가 저절로 앞이 된다. 고개도 채와 같이 넘어가지 못하고 채 뒷면 보려고 가만히 고정되어 있다. 정말 공이 채에 맞는 순간이 보이는 날이 올까? 그 순간을 눈으로 포착할 수 있다면 신기하겠다. 동체시력을 올려야 하나. 노안이 온 나의 눈알들아, 힘내자.
"벌써 끝났어요?"
"짧죠? 회원님이란 제가 집중해서 그래요"
랠리 하자고 했던 보강 타임에도 포핸드 타점 맞추기를 이어갔다.
"회원님은 될 듯한데......(안되네요?)" 하며 공을 계속 주다 보니 어느새 레슨시간이 또 끝났다.
오늘 레슨은 두 타임 모두 5분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하다 보면 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