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넷의 나이가 이제 넉 달 가량 남았다.
갱년기이니 마음을 내려놓으라느니
미니멀 라이프 세상에 비우면 편해진다느니 등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시끄러운 정말 시끄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은 유튜브나 티브이, 책에서도 넘쳐난다.
난 이제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을 거야
내 진짜 인생은 이제부터야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혼자 내 세운들
온 집을 다 비워낸답시고 다 내다 버리고
흰색으로 나무색으로 검정으로 새로 사들여
죄 다 바꾼 들 그때 잠깐.
여태 살아온, 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어디 귀때기 하나만큼이라도 변화가 있던가.
삶이 타인과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는 게 아닌데
혼자 비장하게 몸부림치다 흐지부지 스르르.
여기에도 독함이 필요한 건지.
그래도 뭔가는 시도해보고 싶어서 내 물건들부터 살살 정리를 시작해보는데 추억이 담긴 물건이랍시고 몇 년간 아니 십수 년간 서랍에 차곡차곡 있던 것들을 물건들 입장에서는 세상 억울하게 내쳐버리고 비워보지만 그래 봤자 그들이 주장하는 만큼의 평안은 오지 않는다. 오히려 뭔가 텅 빈듯한 허함만 남는다.
내일 일을 알 수 없기에 내가 없는 자리에 내 존재를 나타내는 물건들을 널어두기는 싫어서 정리는 하는데 마음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다.
머릿속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한쪽은 정리하자 다 부질없다 이러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래 봤자 마음만 허전하고 변하는 건 없다고 외치고 있다.
나이 쉰넷에 이렇게 흔들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