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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츄 Jun 05. 2017

5월 27, 28일 일기

언패셔너블이 패션인 시골의 삶

 나도 서울에 가거나 한국 사람들을 만나거나, 런던에 갈 때는 적어도 비비크림 정도는 바르고 나간다. 

나도 모르게 외모에 좀 더 신경 쓰게 된달까. 일종의 자동반사 같은 거다. 

시골에선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거나 풀메이크업, 새 옷, 새 신발이 오히려 튀고 어색하다. 중년 이상의 연령대가 많이 사는 데다, 흙길이 많아서 옷이나 신발이 잘 더러워진다. 기능성이 높은 옷은 입어도, 보기에 좋은 옷을 잘 안 입는다. 주류 옷 색깔도 자연 배경에 묻히는 '국방색' 계열이다. 갈색, 회색, 남색, 검은색, 올리브 계열의 녹색. 신발은 방수가 잘 되고, 빗길이나 진흙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밑창이 그립감이 좋거나 홈이 많이 파인 스타일. 

게다가 이제는 유행에 민감할 나이도 이젠 지났고, 입다 보니 내 성격이나 직업에 맞는 편한 차림새를 자연히 찾게 되어서 언제부터인가 옷을 새로 사는 일도 일 년에 한두 번뿐이고, 요즘은 정말 꼭 '필요'해야 쇼핑을 나선다. 그나마도 최근 몇 년 간의 쇼핑 목록을 보면, 고어텍스 재킷, 방수 바지, 고무장화, 산길용 러닝화... 이런 것들 뿐이다. 

화장은 도시 사람들과의 미팅이 아니면, 결혼식 갈 때나 한다. 

생각해 보면, '예쁘게 꾸미기'도 일종의 유희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복감을 주는 요인 중에 하나인데, 그 유희를 공유할 주변인이 없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유희가 아닌 것이 되는 것 같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인간은 영락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도 밖에 나갈 때는 씻고는 나가야지.

꾸밈의 유희를 더 이상 느낄 수 없다고 해도, 나 볼 사람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고시생 패션은 지양하기로 했다. 


 우리 옆 옆 옆 옆집에 사는 가족들은 우리 집 개를 종종 빌려가곤 한다. 같이 산책도 하고, 맥주 한 잔 하러 외출할 때도 데려가고, 개가 있는 다른 친구들과 만날 때도 데리고 나가고, 그냥 집에서 쉴 때도 옆에 앉혀 놓고 같이 놀고 그런다. 뭐랄까, 대모-대부님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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