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작 epic war movie 인 Deer Hunter의 soundtrack 중 "Cavatina"라는 instrumental tune 이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곡이라 아실 텐데요 - 이 곡은 1970년에 영국의 작곡가인 Stanley Myers의 작품으로, John Williams의 기타 연주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이 음악이 깔려 나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는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한 친구의 장례식을 마친 후 그의 친구들이 모여 앉아 마음을 추스르면서 나지막하게 "God Bless America"를 함께 부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이 fade out 되는 대신 freeze 되면서 영화의 end credits 이 나오는데, 이때 Stanley Myers의 "Cavatina" (also known as "He Was Beautiful")를 John Williams의 연주를 통해 듣게 되지요.
이 음악이 흐르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이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연주곡이 어떻게 잔인하리만큼 사람의 마음을 찢어놓는 영화의 theme song으로 선택되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 Roger Ebert의 평론에서 읽을 수 있듯이 one of the emotionally shattering films ever made 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고 찢어놓는 이 아픈 영화의 마지막에나마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들으며 어떤 relief의 순간이나마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와 음악과의 관계 (영화와 관련하여 해당 곡이 선곡된 이유 또는 의미, 또는 작곡의 이유)는 상당히 중요한데, 가끔 영화와 주제곡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 이 영화와 이 주제곡도 contradiction 이 커서 '그저 아름답고 평온한 곡으로 골랐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그리고 세 번 영화를 다시 보고 음악도 들어보니 이 영화에 이렇게 참 어울리는 곡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전쟁... 하지만 God Bless America를 부르는 남은 친구들의 마음, 그리고 영화가 마무리되면서 흘러나오는 Cavatina... He Was Beautiful의 연결성이 이해가 된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1988년이었지요. 물론 지금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강한 감동을 받지만, 그 당시 이 곡을 들은 후 받은 깊은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를 설명하자면 지금까지도 30년 가까이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일본제 SONY stereo component system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당시 high school 학생이었고, 방과 후 동네 번화가에 있었던 stationery store에 part-time을 하러 가던 중 "Crazy Eddie"라는 전기전자제품을 파는 가게의 front window에 전시되어있던 이 멋진 음향기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Whole set에 $500이었고, 엄청난 금액이었지요. 그래도 너무 사고 싶어서 그 후 3개월 동안 용돈 및 수입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후 구입하여 집에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소원이었던 이 기기를 제 방에 두고 싶었으나, 스피커를 포함하여 꽤 큰 사이즈라 living room에 두었고, 부모님이 잠자리에 드신 후 한참이 지나도록 여러 LP 들과 cassette tape 들을 듣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경, 창문 바깥으로도 불이 켜진 집을 볼 수 없을 정도의 깊은 밤 - 너무 늦었기에 마지막으로 radio를 들어볼까? 하여 easy listening music 들을 틀어주는 93.1 FM으로 dial을 맞추었는데 바로 이 곡 Cavatina 가 흘러나오더군요. 중간 부분부터 들었는데, 그 순간부터 바로 매료되었습니다. 곡이 끝난 후 DJ 가 낮은 목소리로 "It was Cavatina from Deer Hunter... and this is 93.1 FM, New York"라고 말한 후에도 한참을 옅은 노란색의 조명이 들어온 tuner를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도 아름다운 음악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그 밤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 음악을 CARisMA Guitar Duo의 version으로 들어볼까요? The Malaysian Philharmonic Orchestra와 2013년 5월 5일에 연주한 영상입니다. 이 두 사람, 정말 참 정성 들여 혼신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