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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03. 2021

"The Trip to Bountiful (1985)"


Tender Mercies (1983) 이란 영화를 전에 소개해 드린 후 Horton Hoote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영화인 "The Trip to Bountiful (1985)"을 소개하여 드립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p04OhYtXZ_I


여기서 Bountiful 은 Texas에 있는 한 가상의 마을입니다. 의미는 '풍성한' '넉넉한' 등입니다. 미국에서 사셨던 분들은 kitchen towel "Bounty"를 기억하실 듯합니다. 흡입력이 막강한 제품이지요. 3-ply에 embossing 도 아주 풍성 넉넉하게 되어 있는 애들이지요.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바운티풀로 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여정을 그리긴 했지만 사실 이 마을에 도착하는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는 영화지요. 주연으로는 Geraldine Page (Mrs. Watts), 그리고 그녀의 아들 (Ludie) 은 John Heard 가, 그리고 Rebecca De Mornay는 Mrs. Watt의 여정에서 만나게 된 Thelma 역을 맡았습니다.


평생을 텍사스의 바운티풀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Mrs. Watts. 결혼 후 아들이 어렸을 적까지도 모든 가족이 그 마을에 살다가 경제공황의 여파로 인해 아들 내외와 함께 휴스턴으로 이사를 하여 살고 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살기가 더 어려워진 아들 내외, 그리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추억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Mrs. Watts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이미 대공황 이후 사라져 버렸지만, 이 사실을 아들 내외는 어머니에게는 차마 알리지 않지요. 할머니의 삶은 전혀 편하지 않습니다. 성실하지만 직장이 불안정한 아들, 그리고 철없다 못해 못된 모습을 자주 보이는 며느리 - 거기에 더해 경제난까지 더해져서 할머니가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 수표가 이 집의 중요한 수입이 될 정도로 상황은 어렵습니다.



어느 날 Mrs. Watts는 몰래 바운티풀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몰래 모아 둔 돈을 챙기고 옷 짐을 싸서 나선 길, 기차역에서 할머니는 아들 내외에게 발각 나게 되지만 어느 한 낯선 젊은 여성 (Thelma)의 '도움'으로 바운티풀행 버스를 타게 되지요 (하지만 표를 파는 매표원도 그 마을을 알지 못하고 무언가 이상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매표원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마을로 표를 끊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Thelma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Horton Hoote (원작 소설가)는 Tender Mercies 에서와 같이 그의 이야기 속 깊이 신앙의 흔적을 꼭 깔아놓습니다. 이 두 사람의 대화에서도 그 부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영화 처음부터 Mrs. Watts 가 흥얼거리는 노래도 "Softly and Tenderly"라는 찬송가이며, 이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노래도 이 찬송곡입니다. 또한 이 노래는 1997년작 Robert Duvall 주연의 The Apostle에서도 그가 직접 부르는 곡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곡들 중 하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PFdn435I8Q&t=1301s


한국에서는 영화평론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졌지요? OBS에서 토요일에 방영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에 이 영화와 음악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있는 날이면 제가 꽤 잘 보는 방송인데 실망스럽게도 이 분이 이 찬송곡을 소개하면서 "서정적인 노래"라고 하시더군요.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가사가 어떤 가사인지, 원작자가 어떤 의도로 이 소설을 썼는지 알고 있어야 할 듯 한 분이, 그저 서정적인 노래라는 소개에 매우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송곡은 찬송곡이지, 서정적인 노래는 아니지요.



어쨌거나 이 두 여인들은 버스의 중간경유지점까지 함께 합니다. 버스 노선을 혼돈한 할머니를 위해 Thelma는 딸처럼 하나하나 모든 것을 잘 챙겨줍니다. 이 여자가 이 할머니의 며느리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자정이 지난 시간,  Thelma의 버스는 오고 이 둘은 작별을 합니다. 할머니 혼자 밤을 새지요. 다음 날, 아들의 신고로 이곳까지 어느 보안관이 찾아옵니다. 할머니는 반드시 이 마을에 가겠다고 하고, 보안관은 다시 돌아간다고 하던 중 결국 보안관은 바운티풀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지요. 너무나 낙심한 할머니, 이 할머니를 보고 보안관은 Mrs. Watts를 그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두 사람의 대화, 슬프지만 참 따스하더군요:


보안관: 여기 모시고 온 게 올바른 일이길 바랍니다

Mrs. Watts: 고마워요 매우 친절하셨어요. 무슨 새죠?

보안관: 늙은 피리새예요

Mrs. Watts: 피리새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본지가 오래돼서...

그냥...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딱새들도 주변에 아직 있나요?

보안관: 네, 부인. 아직도 시골에서 운전할 때면 한 번씩 보곤 하죠.

딱새가 하늘을 나는 것보다 예쁜 모습은 없는 것 같아요

Mrs. Watts: 저기 우리 아버지는...

여러 방면으로 좋은 사람이었어요. 독특했지만 좋은 분이었죠.

아버지는 그의 땅에서 새를 쏘는 걸 참지 못하셨죠.

여기 와서 사냥하는 사람을 보면 총을 가져와서 내쫓았어요.

새들도 여기 오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우리 땅에 걔들한텐 집이었던 거죠.


Mrs. Watts: 우리 아버지는 이 땅, 이 집에서 태어나셨어요.

우리 아버지 아셨나요?

보안관: 아뇨, 부인. 제 기억엔 없네요

Mrs. Watts: 이 주변에 우리 아버지 아는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전 기억하죠. 당연한 거죠 그리고 내 아들도요.

우습겠지만, 우리가 여기 온 후로, 반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가 집에서 나와서 인사하고...

환영해 주는 것 같아요.

당신도 집이나 가족보다 오래 살게 된다면

충분히 산거예요.



어느덧 아들 내외가 도착합니다. 아들과 참 오랫동안 쌓였던 말들을 하는 Mrs. Watts.


Mrs. Watts: 너 거기 서 있는 게 누구 같은지 아니?

아들: 누구요?

Mrs. Watts: 우리 아버지. 너 할아버지.

아들: 제가요?

Mrs. Watts: 똑같아. 물론.

난 네가 자라면서 그렇다는 걸 알아챘지.

점점 그를 닮아가는걸. 우리 아버진 잘생긴 남자였어.

아들: 그랬어요?

Mrs. Watts: 사진 봤잖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아들: 기억 안 나요. 사진 본지 오래됐어요

Mrs. Watts: 매우 잘생긴 남자였단다.


(중략)


Mrs. Watts: 곧 없어질 거야.

20년, 10년... 이 집... 나... 너.

아들: 알아요

Mrs. Watts: 하지만 강은 계속 있겠지...

들판도... 나무도... 바다 냄새도...

난 항상 그것들로부터 힘을 얻었다.

집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지.


Mrs. Watts: 조용하구나. 끝없이 조용해.

평화를 잊었어... 조용한 평화.


Mrs. Watts: 우린 그 모든 일의 일부분이야.

우린 떠났지만 우리가 받은 걸 잃으면 안 돼

아들: 그러길 바래요, 어머니



따라온 며느리는 그래도 칭얼댑니다. 이런 아내를 보고 아들은 확실히 해 두지요:


내게 말한 대로 당신도 약속을 지켜.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고!

편안히 함께 살아야지!


엉성하게나마 이 세 가족은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고 휴스턴으로의 먼 길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바운티풀, Mrs. Watts는 이 집을 돌아보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하지요:


Bye, Bountiful.

Bye.


https://www.youtube.com/watch?v=DQY-xlOzn0g&t=1s


이렇게 다시 떠나게 되는 고향 - Mrs. Watts의 얼굴에는 포기와 회한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꾹 참습니다. 배경으로 흐르는 찬송곡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요:


Softly and tenderly

Jesus is calling

Calling for you and for me

See on the portal

He's watching and waiting

Waitin' for you and for me


Matthew Lucas라는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Page's performance is so strong that it grounds the film when it threatens to disappear into its own nostalgic haze."


사람이 왜 태어났으며,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는 기회를 던져주는 명작이라는 생각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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