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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18. 2021

"The Rewrite (2014)"

Sex, violence, 그리고 sequel. 이 뻔한 repertoire에 지구 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을 돈을 내면서 보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이런 사람들의 등에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다른 영화도 많아요, 좋은 영화들이요"라고 조용하게 말해주는 영화가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4년작 The Rewrite 이란 영화로, 한때 아카데이 시상식에서 각본상 수상까지 했던, 자신만의 작품을 고집하는 한 각본가의 이야기입니다.



1990년대 후반, Paradaise Misplaced라는 영화로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Keith Michaels는 아직도 그의 작품세계를 고집합니다. 하지만 그의 무대는 90년대였고, 지금은 2014년, Hollywood는 이미 아주 다른 세상이 되었지요. 15년 전 성공 작품이었던 영화의 sequel 인 Paradaise Misplaced II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 여러 영화사를 방문하지만 정작 그를 반기는 영화사는 없습니다. 15년 전 Paradaise Misplaced를 만든 영화사도 이런 말을 하지요:


"We're looking more for edgy comedies with a kick-ass-type woman."



90년대 스타일의 각본가로 돈을 벌기도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가족과도 이미 거리가 멀어질 대로 멀어진 상태로,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아들과도 관계가 서먹합니다. 보다 못해 그의 에이전트는 뉴욕 주 upstate에 있는 빙햄턴 주립대학에 screenwriting 교수직이 하나 비어있으니 거기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활비부터 해결하면서 찬찬히 작품을 쓰기 시작하라는 제안을 합니다. 가르치는 일에는 소질이 전혀 없고, 게다가 선생이란 직업을 우습게 보는 Keith - 하지만 전기비조차 못 내는 형편이라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I can't teach and I hate teachers, you know. They're frustrated losers who haven't done anything with their own lives, so they want to instruct other people."


이렇게 시작하게 된 단기간의 교수 직업은 첫 시작부터 잘못됩니다. Fast food 식당에서 그를 알아본 빙햄턴 학생 세 명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되고, 그중 한 명인 Karen과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이 부분, 참 애매하지요? 이 영화가 아마도 냉소적으로 꼬집고자 하는 저급한 영화의 요소 (sex, violence, sequel)의 요소 중 하나를 보여줌으로 "You see what happens to the main character?"라고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메시지일까요, 아니면 역시 이 영화도 이런 장면 하나쯤은 넣어야 하는 속물적인 영화일까요?



Anyhoo, 첫 단추를 이렇게 잘못 낀 Keith는 첫날부터 사고가 이어집니다. 학교 내 영문학 교수들 중 영향력이 가장 높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 Jane Austen의 글귀가 적혀있는 가방을 매일 가지고 다닐 정도로 그녀를 열렬히 존경하고 추종하는 Mary Weldon 이란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female empowerment는 지겨워진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하여 성의 없고 무례한 말들을 생각 없이 연달아 내뱉으면서 결국 그녀와 아주 좋지 않은 시작을 하게 되지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행위가 의미 없다고 생각해왔던 그는 수업에 대한 열의는커녕 최소한의 성의도 없습니다. 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예쁘고 육감적인 여자 학생들만을 뽑을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얼뜨기 같은 남자 학생 두 명도 포함시키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 screenwriting 수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싱글맘인 Holly Carpenter 또한 포함시키지요. Holly는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여러 파트타임 일들을 하며 힘들지만 즐겁게 살고 있는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_quuoWykUE


첫 수업이 있던 날, Keith는 학생들과의 첫 수업에서는 앞으로는 수업에 올 필요도 없다고 하며 나름대로는 논리적인 이유를 대지요 - 일반적으로 각본이 120장이 되는 것을 고려하여, 과정 시작 전에 각 학생이 제출한 30장의 각본에 더해 각자가 알아서 하루에 세 장, 일주일에 6장, 그렇게 하여 한 달 동안 추가 90장의 각본을 써 오면 한 달 후에 제출한 각본을 보고 점수를 주면 모두가 편한 수업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의 희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지요.



여기에 다해 빙햄턴으로 온 첫날 잠자리를 같이 한 Karen 이 그와의 관계에 있어 상황을 어렵게 만듭니다. Keith 가 그녀의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Karen 은 이후로는 그에 대한 분노로만 가득하게 되지요. 이러한 그녀의 분노는 수업 중에 그의 교수로서의 능력과 함께 극작가로의 능력에 대해 도전하는 발언으로 표출됩니다. 다른 학생들도 그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Keith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르치는 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합니다. 수업은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그의 본업에 대한 일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그가 정성을 들여 작업하고자 했던 Paradaise Misplaced II 도 결국은 Hollywood 어느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에이전트로부터 전달받습니다. 멀어져만 가는 그의 아들과도 진전 없는 후퇴만 있는 시도만 계속됩니다. 여기에 더해 Karen과 Keith 간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영문학부에서 Keith에 대한 징계를 논하게 되고, 이를 Mary Weldon 교수가 앞장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teBR2tAcskk


이런 Keith를 보는 Holly의 마음은 답답합니다. 앞으로는 예전의 그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고 아들과의 관계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간신히 구한 이 교수 자리도 곧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Keith를 보며 Holly는 언젠가 그 재능이 빛을 보게 될 때가 있을 것이고 여러 문제들도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하며 용기를 줍니다.


예전에 자신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영상을 보고 있는 Keith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들로 채워져 있었을까요? 예전의 그 찬란했던 순간들을 보며, 그리고 자신의 지금을 보며, 그리고 아마도 어떻게 쓰일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그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마음은 얼마나 쓰라렸을까요? 살기 위해 그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추구해 왔던 작품 철학을 바꾸어야 할까요? 만약 필연코 바꾸어야 한다면 그는 그의 작품 철학을 현재의 대중이 바라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겐 있을까요?



학교를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Keith는 마음을 다시 바로잡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학교에 남아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기가 이 새로운 도시 빙햄턴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각본을 쓰기로 결정합니다. 작품 철학을 바꾸지 않고 자신이 해 온 대로 자신이 아는 그런 스타일의 각본을 말이지요.


하지만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그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우선 첫 단추부터 잘못 낀 Mary Weldon 교수와의 관계부터겠지요. 온전하지 않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한 Keith는 결국 Weldon 교수와의 간격을 많이 줄이게 되고,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되지요.



학생들에게도 그는 자발적으로 사과를 하며 앞으로는 좋은 교수가 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마음을 전달하는 Keith를 보고 학생들은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되지요. 가까이서 하지만 너무 가깝지는 않은 위치에서 그를 지지하고 용기를 준 Holly 와도 한 학기를 지내면서 사랑이라는 공감을 만들게 됩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happy ending 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우 현실적인 마무리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Keith 가 대규모 프로덕션사에서 관심을 보여 그의 각본이 다시 세상에 주목을 받게 되는 결말도 아니고, 그가 발굴해낸 재능 있는 학생인 Clem Ronson을 등에 업고 프로듀서나 에이전트가 되는 마무리도 아닙니다. Keith 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할 loose ends 가 많이 남아있지요. Holly와 새 삶을 산다는 힌트도 주지 않습니다.


Hugh Grant의 노련함이 아마도 처음 이 영화에서 표출된 듯합니다. 전에 본 그의 영화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의 주름살만큼이나 느껴지는 인간적인 성숙함이 캐릭터에 배어 나온 듯합니다. 그의 상대역인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여배우인 Marisa Tomei의 훌륭한 연기가 Grant를 더욱 돋보이게 하긴 했지만, 그녀에게는 너무 비중이 적은 배역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 Keith의 학생들 모두 참 대단한 조연들이었지요. 이들의 존재감은 end credits에서도 나타나더군요.



마음이 포근해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삶이 모두에게 친절하길" 하는 마음으로 작은 소망을 가지게 하는 영화지요.


Note: 한국어로 된 제목은 "한번 더 해피엔딩" 이랍니다. 롯트 노래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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