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Sunken Meadow Park & Beach 란 이름에서 sunken 의 의미는 'ground level 보다 낮은', 또는 '물 속에 잠긴' 입니다. 이 곳에 가면 지면이 해변가로 갈수록 다른 해변가보다는 조금 더 하강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몇 주 전에 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교와 MBA를 다닌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지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풀타임으로 일하고 풀타임으로 학교를 다니는 사이에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아무리 1990년대라 해도 말이지요. 그렇기에 주중에 일과 수업 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을 찾는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억을 회상해 보면 금요일 저녁에는 일주일 내내 취소하거나 무시해야 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쫓기는듯한 상황을 대하자니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지요. 그래도 그 시절, 잃어버린 만큼은 아니지만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다행한 일이지요.
어쨌거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수단으로 마친 대학교와 대학원, 목적은 이랬지만 대학교를 다니던 때 double major 중 하나였던 studio art는 경제수단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소망이었습니다. 꿈이라고는 하지 않음이, 미술가가 되는 것은 꿈이라기보다는 그저 하고 싶은 것이었으니까요. 목적도 도구도 아닌, 그렇다고 취미도 아닌, 제 삶에 있어 아주 다른 곁가지에 속하는 그런 영역이었습니다. 지금도 동일하지요. 오랜 소망이었던 미술학으로 깊게 들어가기 위해 PhD in Fine Art 를 작지만 새로운 목표로 하고 학사시절 저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과 결정을 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니 잠시 마음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0년전으로 다시 돌아간듯한 느낌. 약간은 현기증까지 나는 듯 했습니다. 쉴 곳이 필요하더군요.
뉴욕이란 도시는 그 안에서 쉴 곳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도시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쉼을 찾아야 할 때가 종종 있더군요. City limit을 벗어난 후 county 또는 다른 state limit을 표시하는 도로표시판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런 여행 말이지요. Routine 이 주는 피로함이 상당하기에 매년 2-4주간의 휴가가 있고, 여행을 하는 것일 텐데, 여행이란 것이 어떻게 치장해도 일상보다 더한 피로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렇기에 90년대 후반부터는 아주 짧은 여행 - 차를 이용하여 왕복 1시간 30분이 넘지 않는 그런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가깝게는 동네에 숨겨진 cafe를 찾는 단순한 시도부터 시작해서 county 도서관과 소장품도 별로 없던 미술관, 한산한 Lord & Taylor에서의 '그냥 걸어 다니기', 그리고 심지어 볼품없는 작은 규모의 동네 야구장까지, 그리고 멀게는 Long Island 끝에 있는 Montauk의 유명한 등대 근처에 있는 오래된 다리 위에서 대서양과 등대를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이런 소소한 여행 중 초여름이나 늦가을, NYC에서 1시간 30분 정도 가야 찾을 수 있는 Sunken MeadowPark and Beach는 여행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짧은 거리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말이지요. 이곳으로의 첫 경험 - 1992년 church retreat을 이곳에서 했기에 알게 된 장소였습니다. 이곳에서의 1박 2일간의 경험은 마치 1989년작 Field of Dreams에 나오는 Terrence Mann (James Earl Jones)의 대사처럼, 마치 짙고 맑은 파란색 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쓴 것처럼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 they will sit in their short sleeves on a perfect summer afternoon... and it’ll be as if they dipped themselves in magic waters. The memories will be so thick they’ll have to brush them away from their faces (그 완벽한 여름날 오후에 그곳에 반소매 차림으로 앉아 있으면 마치 마법의 물에 몸을 담근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그 기억은 너무 진해서 얼굴에서 털어내야 할 정도로 짙겠지요)”
너무나 진한 기억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Sunken Meadow Park and Beach는 규모는 크지만 대체로 소박한 공원이고 해변가입니다. 유흥시설도 하나도 없지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든 목적인 만큼 평화로움이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Long Island 북쪽에 있는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는 다시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요. 출발 전 1992년 retreat을 함께 갔던 오랜 지인에게 The Sunken 이 혹시 많이 변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피크닉 인파를 피하기 위해 공원에 일찍 도착할 것을 권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저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그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고, 도착 후 그 결정을 다소 후회하게 되었지요. 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화창한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야외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있더군요.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축구를 하는 모습,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가족, 나무 위로 올라가는 아이들, 방망이로 막대기를 사용하는 즉석 야구 게임을 여기저기에서 하고 있었고, 아, 그리고 음악이 있었어요. 음악이 정말 많았죠. 9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Spanish 음악이 많이 불쾌할 만큼이나 많이 그리고 크게 들렸습니다. 2000년대 이후 백인들이 잘 안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요.
피크닉 장소를 떠나 트레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자마자 인파는 사라지고 더 이상 Latin beat 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왼쪽으로 들리는 Long Island Sound와 앞쪽의 언덕에 완전히 사로잡히게 되었지요. 주차장 끝자락에 있는 이 비밀스러운 통로를 통해 해변가로 나왔습니다. 모래사장에 앉아 다리를 뻗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어요.
거기에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더군요. 제가 본 사람들은 프러포즈인지 이별인지를 하는 커플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마주치는 것이 매우 어색했습니다)과 얼굴에 잔뜩 불만을 품은 요가 수행자 몇 명뿐이었어요 (모순이 아닐까요?) 조금 모래사장을 걷다가 boardwalk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며, 소금기 가득한 공기를 마셨습니다. 전반적으로 오후를 보내는 멋진 방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