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City 는 아니지만 George Washington Bridge 를 건너 New Jersey 주에 위치한 Palisades Park 을 소개해 드립니다. Midtown Manhattan 에서 차로 대략 1시간에서 50분정도 걸리는 이 곳은 제가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뉴욕 한인의 존재감을 처음 보여준 Manhattan 32가의 Koreatown (아래 사진) 의 문화적 맥락이 여기로 이어진지가 20년이 넘어가기에 한국사람들에게는 꼭 알려야 할 지역이지요.
참고로 Manhattan 의 Koreatown 은 32가 선상에 5th Avenue 부터 Broadway 까지 한 갈래의 길에 빼곡히 들어서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Koreatown 이라고 하기엔 유흥업소와 식당만 즐비해서 그런지, 이 거리를 걸을 때마다 공허함과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 지금도 마찬가지고, 80년대 후반에도 그랬지요. 하지만 32가 아래로 31가, 30가, 29가 그리고 27가까지 위치했던 The Garment District, 즉, 봉제공장과 텍스타일 관련 도소매업체들, 그리고 수입수출업을 하던 무역업체들이 가득했던 70년대, 80년대와 그리고 90년대엔 Koreatown 은 32가가 주축이 아닌, 그 아래 위치했던 많은 중소기업체들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예전 이야기이긴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32가 코리아타운은 쓸쓸합니다.
반면 Midtown Manhattan 에서 차로 대략 1시간에서 50분정도 걸리는 New Jersey 의 Palisades Park 은 맨해튼의 그것과는 달리 활기가 넘치고 '일상적'입니다. 식당과 유흥업소만으로 남아있는 맨해튼 한인타운과는 달리, 이 곳은 참 다양한 한인업소들이 위치해 있지요.
1900년대 중반부터 이 지역으로 이주해 온 한인교포들로 인해 지금의 Palisades Park 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전, 그러니까 90년대 이전까지는 그저 조용한 변두리 마을이었지만, 재미교포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정착하면서 다소 썰렁했던 마을이 활기차게 운영되기 시작했다는군요.
물론 기존 주민들의 반감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이창래 교수의 단편소설인 "Mute in an English-Only World" 에서도 갑자기 들어온 한인들에 대한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선들이 이 Palisades Park 에도 있었답니다. 간판을 영어와 한국어를 반드시 함께 하도록 하는 법안도 올려질 정도로, 타문화에 대한 기존 문화의 저항이 엄연히 존재했었지요. 이 소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2000년 넘어부터는 이 마을의 경제를 살린 주체가 바로 재미교포라는 기사까지 올라올 정도로 뉴욕/뉴저지 한인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특유의 근면함과 (한국에서는 이제는 찾을 수 없는) 친절함이 그 핵심을 차지했었지요. 친절함에 대해서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일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강하지만, 사실 우린 본래 순한 사람들이니, 이러한 성향이 어디를 가도 변하지는 않더군요.
지금은 이 곳 Palisades Park 에서의 한인들이 가진 존재감과 위상, 그리고 미국인으로서의 성공적인 정착은 매우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더 이상 미국문화 속에서 어색한 민족이 아닌, 미국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Korean American 으로서 예전과 같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이제는 존경스럽습니다. 참고로 이 작은 도시의 시장, 경찰서장 등이 재미교포 분들입니다.
2000년 중반까지는 한인식당들에서 먹는 한식의 맛이 참 별로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꽤 많이 따라잡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원재료가 미국산이니 (고기, 배추, 콩 등) 이질적인 맛도 아직 느껴지지만, 그래도 풀무원, CJ, 청정원 소스의 맛도 간간히 느껴지는 것도 오히려 반가운, 한인식당의 음식도 즐길만 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식당이 주된 업종이었지만, 이제는 꽤 다양한 업종도 광범위하게 엄연히 존재합니다. Paris Baguette 도 있지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문화를 느끼고 깊다면 아마 동부지역에서는 이 곳 Palisades Park 가 유일할 듯 합니다. 한국어로 표기된 간판이 제가 보기에도 조금은 거슬리지만, 한국에서 영어로 표기된 간판을 보는 것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니, 주관적인 것일 뿐이겠지요.
자주는 아니나 간혹 이 곳을 찾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 30년이 지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곳이라 그렇습니다. 저는 변화를 싫어하는 쪽이라서요. 맨해튼 한식이 맛없다고 느끼신다면 이 곳으로 꼭 오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이 곳을 두고 90년대 서울 변두리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군요.